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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이야기/식(食)덕후

[삼청동 맛집] 정갈한 한식, 소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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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맛집] 한옥에서 먹는 정갈한 한식, 소선재





| 겨울이 끝나갈 무렵, 미세먼지가 자욱했지만 기어코 바깥으로 나왔다.

  일본에서 고모할머니가 오셨는데 주말을 맞아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1주일 전부터 약속했기 때문이다.


  고모할머니는 자유분방하시고 오픈 마인드이신데다가 항상 주옥같은 말씀만 하셔서 내게 정말 특별한 분이다. 언제나 쿨한 교훈을 주시고 젊은 세대인 우리와도 말이 잘 통하셔서 나중에 할머니가 된다면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롤모델이라고 할까나?


  고모할머니가 일본에는 없는 한식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고, 프랜차이즈의 깊이감 없는 한식보다는 깔끔하고 정갈한 것을 찾고 있었다. 도쿄에 놀러갔을 때 고모할머니가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고, 내가 사드릴 기회도 많이 없던 터라 이번에는 내가 꼭 화장실 가면서 계산하겠노라(안그러면 본인이 꼭 계산하신다) 다짐까지 했다. 어디로 모시고 갈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천천히 산책할 만한 곳이 있으며 적당한 가격대와 분위기, 후기가 있는 곳이면 했다. 그래서 소선재로 결정했다.









| 오랜만에 보는 삼청동 풍경. 그리고 고모할머니가 꼭 보내 달라고 하셨던 한복 입은 외국인들 모습ㅎㅎ

  중간중간 호떡이나 풍년쌀농산의 떡꼬치, 소선재 앞쪽의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의 단팥죽 등 간식거리의 유혹이 많았지만, 끝까지 버티고 소선재까지 잘 도착했다.




| 소선재 입구. 한옥으로 되어 있는데, 마치 시골 친척집에 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내부에 들어서면 입식, 좌식 자리가 모두 있다. 게다가 창문이 가로로 길게 나 있어서 액자 속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미리 찾아본대로, 삼청동 치고는 그나마 중간 정도의 가격대이다. 여러 메뉴를 시킬 것 없이 정식으로 시키면 간단하기도 하고! 나는 떡갈비 정식(20,000원), 엄마는 능이불고기 정식(13,000원), 고모할머니는 보리굴비 정식(25,000원)을 주문했다.




| 기본 밑반찬은 이렇게 나온다. 숙주나물과 미역줄기, 김치는 보통 다른 곳들과 맛이 비슷한데, 브로콜리와 젓갈 반찬은 조금 독특하다. 브로콜리는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양념이고, 젓갈 반찬은 톳과 젓갈, 무말랭이를 다져 놓아서 아삭하면서도 쫄깃했다. 젓갈만 먹으면 심심한데, 톳과 무말랭이 덕분에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듯 상쾌했다. 반찬은 리필을 요청하면 더 가져다주신다. 그렇지만 매우 귀찮아하시는게 느껴진다.. <-최대 단점..




| 가장 먼저 나온 떡갈비 정식!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떡갈비가 잘 익은 빛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떡갈비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기 때문인지(?) 옆에 세발나물이 함께 나온다. 고모할머니와 엄마의 메뉴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당장 먹을 수 없었다.




| 먹고 싶다는 의지로 가득찬 샷.. 기다리면서 떡갈비의 고운 자태를 찍었다. 아직 먹을 수 없다.




| 고모할머니의 보리굴비 정식과 엄마의 능이불고기 정식이 나오자마자 내 떡갈비를 찢었다. 이제 먹어도 되는 거 맞죠..? 만족을 모르는 전문가가 완벽을 기하며 다진 것처럼 떡갈비 육질은 아주 부드러웠다. 육즙은 당연하고 향까지 풍부! 손이 작은 편인데, 손바닥만한 크기라서 실망했는데 먹다보니 작은 사이즈는 아니었다.




| 그리고 고모할머니가 주문하신 보리굴비 정식의 메인메뉴 보리굴비도 찍었다. 우리집에서는 보리굴비를 잘 먹지 않는지라 이 날 처음 먹어봤는데, 세상에 마상에 짠 맛 뒤에 숨겨진 고소함과 쫄깃함에 반해버렸다. 짜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사 먹는것인가.. 




| 능이불고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능이 버섯이 들어간다. 고기에서도 버섯향이 느껴지는데, 아마 소스에도 사용하는 듯 싶었다.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한 것이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능이불고기 정식에도 세발나물이 함께 제공된다. 떡갈비 먹다가 불고기 한 점을 먹으니 버섯향이 입안에 향긋하게 퍼졌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주문했던 메뉴는 모두 맛있었다. 떡갈비, 불고기, 보리굴비 질도 모두 좋았다. 밥은 그냥 쌀밥인데다가 쌀이 맛있진 않아서 그저 그랬고, 기본 제공되는 반찬도 나쁘지 않았지만 특별하게 맛있었던 건 브로콜리와 젓갈 정도? 


  그 외 아쉬웠던 점은 서빙해주시는 분의 귀차니즘.. 3명이 와서 먹는데 반찬 자체를 너무 조금씩 갖다주시는데다가, 리필을 요청할 때마다 귀찮아하시는 것 같아 원래는 리필이 안되는 것인가 싶기도 했을 정도..ㅠㅠ 그렇지만 위치도 좋았고(메인거리에서 약간 윗쪽에 위치)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다. 어르신들 모시고 오기에도 괜찮아 보이고, 깔끔하고 정갈하게 먹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청동 소선재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