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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이야기/모로코

[모로코_메르주가] 사하라 사막투어(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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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_메르주가] 사하라 사막투어(1일차)_에잇벤하두-다데스








아브도가 나를 위해 차려준 스페셜한 조식을 먹고 숙소 스텝들과 인사를 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언제 또 볼 수 있는 사람들인지 몰랐기에 마음을 다해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눴다. 원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아침을 차려준 아브도, 믿을 수 없는 맛의 세계로 인도한 셰프 카디자,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던 리야드 주인 아사드! 모두 안녕. 카디자는 날 꼭 끌어 안아주며 배웅해주었는데 품이 따뜻해서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ㅠㅠ




아침 7시 15분에 나를 데릴러 온 사람은 투어회사 사장이었는데, 세 번째 보는 얼굴이라고 반가웠다. 차를 타고 가서 한 장소에서 모였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내린 바람에 투어 회사 밴에는 제일 불편한 가운데 뒷좌석만 남아있었다. 양 옆은 엄청난 덩치의 외국인들이 있어 더욱 압박.. 투어 회사 사장은 내가 (거의 울듯이)부탁한대로 운전기사에게 같이 택시를 탈 사람들을 구해줄 것과 택시를 무사히 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당부해줬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모로코버전 에릭 베넷 같았다. 기분 좋은 인사와 함께 출발!




아침에 모여 출발해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왔다. 그렇지만 한 순간도 창 밖 풍경을 놓치기 싫어 미리 준비해온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잠을 깼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갔는지, 산을 오르다 중간 골짜기에서 차가 멈췄다. 누가 봐도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건조해보이는 땅과, 식물, 땅과 같은 색의 집들까지.




도로가에서는 각종 화석과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아서 슬쩍 보기만 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뒤집어지고 옷이 휘날리는 모습에 서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우리 투어 밴에는 나를 제외하고 모두 일행이 있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잠깐 부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혼자서도 충분하다. 지금은 내가 여기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만 느끼는 감정과 눈으로 보는 많은 것들을 혼자만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아래쪽으로는 도로가 꼬불꼬불 나 있었고, 어디서 온 지 모르는 차들은 순서대로 차근차근 올라오고 있었다.(사진에는 차가 없다)




다시 차에 타서 한참을 달렸다. 하룻밤을 지낼 다데스로 가기 전 우리는 와르자자트의 에잇 벤 하두(Ait-Ben-Haddou)에 들렀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곳에 대해 보고 왔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각이 진 황토빛 건물들은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작게 난 창문 구멍 사이에서 낯선 동양인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듯 했다.




에잇 벤 하두는 요새 도시로, 카스바로 잘 알려져 있다. 카스바는 '요새'를 뜻하는 말로, 4개의 기둥이 하나로 이어져있고 안쪽은 궁전이나 고급 주택, 모스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옛 가요 '카스바의 여인'과는 무슨 관련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신비롭고 애달픈 모습을 묘사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내 옆자리 미국인 부자와 통성명을 했다. 아버지는 데이비드, 아들은 피터라고 했다. 불어와 아랍어를 1도 몰라서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들인 것도 고마운데, 이름까지 외우기 좋아서 어찌나 반갑던지..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이곳에 모여 돌아가면서 서로를 먹여 살리고 교육도 함께 했다고 한다. 유목민들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것들을 나누면서 더 크게 얻어간 듯 했다. 지금은 이 지역에 여덟 가구 정도가 살고 있고 나머지는 건너편 신식(?) 마을로 이주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사람들로 북적이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각양 각색의 부드러운 스카프와 가방, 그리고 흙으로 만든 카스바 모형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자유시간을 주기에 이어지는 계단으로 언덕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 이런 센스 있는 그림까지 발견!





뙤얕볕에 그대로 말라버릴 것 같아 가지고 온 스카프를 두르고 언덕에 올랐다. 올드 카스바와 현대식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길고 좁은 다리가 두 마을을 이어주고 있어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중앙에는 우닐라 강이 메마를 듯 흐르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뿌연 먼지로 그 경계가 희미했다.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기에 둘러보니, 언덕 안쪽에서 베르베르족 할아버지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투박하게 만든 악기에서는 섬세한 선율이 흘렀다. 두껍고 거친 손가락으로 만들어내는 소리는 세상 처음으로 이곳에 왔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가사 내용은 알 수 없어서 구슬프다거나 해탈한 듯 했다는 감상평은 불가했다. 팁을 드리니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하셨다. 모로코 사람들은 사진이 찍히면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고 있어 노이로제가 있는 것처럼 싫어하는데, 영광이었다. 





언덕을 내려와 그림 가게로 갔다. 투어 코스 중 하나였는지, 가게 주인은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능숙하게 보여줬다. 사프란을 첨가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불에 그을리면 그림이 나타났다. 물에도 번지지 않고 오래 간다고 하는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거리는 알록달록한 카페트와 공예품, 장식품 등으로 꾸며져 있어 아기자기했다. 우리집이 넓어서 벽에 저렇게 하나하나 걸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청소하는 게 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ㅠㅠ




올드 카스바에서 기념품 가게를 둘러본 후 다리를 건너 신식 마을로 이동했다. 배가 고팠는데, 다행히 다음 일정이 점심식사였다. 밥 먹는다고 신나가지고 가게 사진도 안찍었다.. L'Oasis D'or이란 식당이었는데 위치는 아래와 같다. 어차피 투어로 가게 된다면 식당 선택은 불가하지만..참고용!

L'Oasis D'or 위치




다른 일행들은 본인들 국가에서 여행사를 선택할 때 점심식사가 포함되어 있는 듯 했다. 나와 피터, 데이비드는 마라케시에서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점심식사 값을 따로 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실속 메뉴를 선택하게 됐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메뉴는 성공적이었다(하트) 비프 타진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신비로운 맛이다. 밥을 먹으면서 돌아가면서 통성명도 했는데, 생각나는 이름이 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대화가 없어서 그런 듯.. 국적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가 많았다.




밥을 먹고 다시 차를 타고 출발했다. 꽤 달리고 달려 해가 저물어 가기 시작할 쯤 영화 촬영지에 내렸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재미가 1도 없을 것 같아 주변을 걷기로 했다. 미국인 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함께 걷자고 했다. 데이비드는 생물학자였는데, 모로코에서 화석을 찾는다고 했다. 나와 피터는 사막투어에 쓸 스카프를 찾고 있었다. 때마침 발견한 가게에서 데이비드와 피터의 능숙한 흥정 솜씨 덕분에(피터는 안산다고 20m 이상 걸어 나가는 연기도 했다.) 빨간색 스카프도 저렴하게 구입했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다시 이동했다. 이름 모를 계곡? 협곡?에 내려줬는데, 동글동글한 바위들이 쌓여 멋진 장관이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어서 붉은 빛 바위는 더욱 붉게 물들었다.




우리를 내려주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로코버전 에릭 베넷 드라이버. 영광이었다. 에릭 베넷이 운전하는 차량이라니.





드디어 오늘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했다. 말이 호텔이지 그냥 여관 같은 느낌..? La Gazelle Du Dades인데,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다. 내가 배정받은 방에는 창문도 없고 굉장히 답답한 구조였다. 바꿔줄 수 있는지 문의하자 흔쾌히 옥탑방을 내어줬다. 오예 밤엔 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내부는 대충 이랬다. 이불이 깨끗할 지는 잘 모르겠어서 미리 준비해간 약을 뿌리고 그 위에 담요를 깔았다. 숙소의 최대 단점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옥상이라 그렇다는데, 내 생각에는 모든 방들이 이럴 것 같았다. 물줄기도 시냇물 졸졸 흐르는 것처럼 나온 데다가 30분은 틀어놔야 미지근해지는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씻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나름 활발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일행이 있어서 말 트기가 쉽지 않았다. 대답도 열심히 하고 반응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승전 끼리끼리 대화였지만.. 최소한 노력은 했다. 야채 타진은 정말 맛있었고 남은 시간을 식탁에 앉아 어색하게 보내느니, 별이나 보는게 나을 것 같아 옥상으로 올라왔다.




호텔 주변은 첩첩산중인데다가 차가 별로 없는 도로라서 불빛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지만 그래도 서울 하늘에 비해 100배는 많은 별이 보였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아 쪼그려 앉아서 하늘을 찍었다. 숨을 참는다고 했는데도 숙련되지 않은 사람 손인지라 벌벌 떨렸다. 선명한 별 사진은 아니지만, 눈으로 본 별을 잊지 않으면 되니까 그런대로 괜찮았다.



밤 사이 날이 추워져 담요를 머리 끝까지 올렸지만, 곧 사막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