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는 이야기/모로코

[모로코_마라케시] C'est la vie, 마라케시 (3일차)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모로코_마라케시] C'est la vie, 마라케시 (3일차)






오늘 아침도 역시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렸다. 머나먼 타지 땅에서 숙면을 취하고 새소리로 아침을 맞이하다니, 여행할 때마다 감동하는 순간이다. 오늘은 엘 바디 궁전과 바히아 궁전을 가는 날이었다. 마라케시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여유롭게 기념품 쇼핑도 하다가 시간이 남으면 하맘에 들를 생각이었다. 저녁엔 아사드, 아나스와 약속이 있었다. 아사드가 얘기한 식당에 '유명한'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서였다. 저녁~심야 담당 직원인 아브도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아 물었지만 아무래도 근무시간이라 아브도는 힘들었다. 





오늘은 카디자가 쉬는 날이라 아브도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었다. 화장으로 무장하고 길을 나서려는데, 프랑스와 스티브가 인사를 했다. 본인들은 오늘 늦게 들어오는데 내일 내가 사막투어로 일찍 떠나게 되면 지금 밖에 시간이 없어 인사를 하려고 한다고. 참 나는 생각도 짧구나 싶었다ㅜㅜ 고마운 프랑스와 스티브! 함께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공유했다. 나만 모자이크를 하니 웃기다.




길을 걷는데 이제 마라케시 3일차라고, 지도를 보지 않아도 가던 길은 모두 익숙했다. 대충 위치를 보니 자마 엘 프나 광장을 지나 아래쪽으로 쭉 내려가면 되겠다 싶었다. 바히아 궁전보다 엘 바디 궁전이 더 멀기 때문에 엘 바디를 보고 바히아를 본 후 광장으로 올라올 생각이었다.




자마 엘프나에서 시작하는 골목길은 매우 좁았는데, 좀 더 마라케시의 골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도 많이 다니고 사람들은 많았지만 현지인들이 더 많았고 상인들은 덜 상업적(?)이었다. 어딜 걸으나 “차이나? 곤니치와? 니하오?” 소리는 끊이지 않았지만 순수한 호기심에 물어보는 듯 했다.



사진출처: De Marrakech


엘 바디 궁전으로 향하는 길에 론리 플래닛 모로코(2017) 책에서 본 ‘나투롬(Naturom)’이란 가게가 보여 들어가봤다. 러쉬처럼 잘 정돈 되어 있고 좋은 향이 나는 곳이었다. 책에 나온대로 훌륭한 장소였다. 일반 시장보다는 가격이 나갔지만, 질 좋은 제품들을 본인들 브랜드로 팔고 있어서 믿음이 갔다. 여기서 나는 로즈오일(퍼퓸) 40디르함 짜리(사진 상단의 작은 병)를 3개 샀고, 배스솔트도 샀다. 오렌지 향이 나는 것이었다. 그 동안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리야드 스텝들에게 선물을 할까 하다가, 너무 오지랖인 것 같아 점심이나 사가지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내 것만 구경하고 사왔지 사진도 한 장 안찍다니..=_=




엘 바디 궁전의 성벽은 보이는데 입구를 찾지 못해 잠시 헤맸다. 그러면서 시장 구경도 덩달아 했는데, 참 산만하게 여행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결국 어떤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무조건 모른다고 지나가버렸다. 뭐지? 나 아직 어디라고 말도 안했는데..T.T 외국인이라 당황하셨나보다.. 그리곤 오토바이에 치일뻔 했지만 지나가면서 수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건 역시나였다. 




그러다가 작은 정문으로 들어갔고, 거기 서 있는 군인 아저씨가 날 보곤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엘 바디는 저쪽이라고 알려줬다. 고마워서 동양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꾸벅 인사를 했다.




입장료 가격표를 보니 뭔가 가격이 달랐다. 나는 불어를 몰라서 성인 1명이라고만 말하니 저렴한 표로 주셨다. 뭐가 다른거지.. 들어가서 가장 왼쪽 상부에 있는 곳을 가니, 전시장 같은 곳이었는데 입장료에 포함된 곳이 아니라 못들어간다고 했다. 이래서 가격이 달랐나보다. 상관 없었다. 정식 전시회장이라기보다는 특별 전시회장 같았고 규모도 작았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돌아 궁전 내부를 관람했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이 공간도 예전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화려하고 멋진 장소였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내 인생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게 생각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남들처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내 시야가 참 좁게만 느껴졌다. 세상에는 지금껏 모르고 살아왔던 이런 장소와 이야기가 수두룩 할텐데.. 오늘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겠지:)




천천히 걸어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공기는 잘 통하지 않지만 오히려 지하가 더 시원했다. 지하감옥을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슈크란- 인사를 하고 지나가니 놀란 눈이었다. 아저씨 원래 외국인들은 인삿말 하나는 끝내주게 잘해요.bb




가장 안쪽으로 다시 돌아와 전시장을 지키는 직원에게 카메라를 건네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친절하게 잘 찍어줬다. 혼자 여행할 때 매번 느끼는거지만, 내 사진을 부탁할 땐 카메라를 들고 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머리 위에 모자가 잘 붙어 있었지..) 정말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입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양 옆에는 오렌지 나무들이 정갈하게 심어져 있었고 수영장도 있었다. 과거에는 과시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연회를 벌이고 외국 손님들을 초대했다고 한다.(영어 표지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은 물에 이끼가 잔뜩 껴 빠지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예전에는 물도 자주 갈아 줬을테고, 얼마나 예뻤을까 상상이 되기도 했다.




수영장 사이를 지나 입구쪽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문 옆에 '테라스'라고 써져 있는 것을 보니 전망을 보기에는 최적일 것 같았다.





올라가보니 엘바디 궁전이 전체적으로 보였다. 황새가 성벽에 앉아 있는 것도 보였는데, 그 규모가 꽤나 커서 과거에 얼마나 화려하고 멋진 곳이었을지 대충 짐작이 되는 풍경이었다.




권력과 부유함이 가득하던 이 장소는 시간이 흘러 황새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공간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적어도 머나먼 동양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충분히 환상적이었다.




사람들 구경과 궁전 구경을 마치고 내려왔다. 이제 바히아 궁전에 갈 시간이었다. 열한시 조금 넘었을 시간이었는데 점심은 숙소에서 먹는게 좋겠다고 생각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바히아 궁전은 때마침 엄청난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까 지나오지 않고 이곳부터 보고 올걸,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했다.




모든 사진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어지간해서는 비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석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노트와 펜을 꺼냈다. 뭔가를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뭉텅이 같은 사람들이 풀어질 것 같았다.





아직 그림 초보라서 움직이는 사람을 그리기에는 무리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궁전 창문에 그려진 문양이 불교문양처럼 예뻐 눈에 들어왔다. 과연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시작했다. 그릴 땐 별로 예쁘지 않았는데, 어느정도 그리고 나니 예뻐 보였다. 못그릴거라고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림 망칠까봐 두려워서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 그림을 얻지 못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십분쯤 앉아 있었을까? 북적거리는 인파에 적응이 되면서 엉덩이가 시려워져 다시 일어나 구경을 했다. 정원도 구경하고, 커다란 거울 앞에서 사진도 찍고(뒤에 유럽 아줌마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잘 찍진 못했지만) 궁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바히아 궁전은 생각보다 내부로 들어갈 수록 볼거리가 많다. 그리고 미로처럼 계속 방이 이어져서, 관람하는 재미도 있었다.




궁전을 나와서 나투롬(Naturom) 가게로 다시 갔다. 로즈오일 액기스가 2시쯤 온다고 했는데 아직 12시 30분이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할 수 없이 그 근처 가게에서 다른 로즈오일을 더 샀고, 하맘을 구경하고 민트티 잔도 구입했다. 그리고 숙소로 가는 길에 Roti do’r 가게에서 더블 햄버거를 샀다. 알고 보니 이곳은 트립 어드바이저에 나온 맛집! 숙소에 있는 사람들과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아 부리또도 사고 감자튀김도 샀다. 리야드 문을 열고 들어오니 로비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차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먹으려고 이걸 사왔다고 하니, 나도 초대해주었다. 씐난다 현지인들과의 식사!




얼떨결에 야채 타진도 먹고, 햄버거도 먹고, 샐러드도 먹었다 ㅎㅎ 점심식사에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아사드와 아나스랑 떠들다가 내가 그린 그림도 보여주게 됐고 다행히 그들은 매우 감사한 반응을 보여줬다. 그림 얘기도 하고 아랍 음악도 추천 받았다. 생각보다 신나고 좋았다. 한국 음악이랑 영어로 된 음악이 아니면 듣지 않던 내가 아랍어 노래를 듣게 되다니ㅋㅋ 모로코를 여행할 때 현지 음악을 들으면 더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 즉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가사는 하나도 못 알 아듣겠는데..




그 와중에 아사드는 손담비 노래가 좋다고 했다. "미쳤어"가 좋단다. 도대체 언제적 노래인지ㅋㅋㅋㅋㅋ 한국 노래를 추천해주려다가 아랍 노래를 더 추천 받느라 안타깝게도 알려주지 못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사진도 찍고 6시 30분에 보기로 하고 숙소에 올라갔다. 다음날 사막투어에 가야 하는 날이라 짐을 미리 챙겨두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내 모자가 없었다. 가방에도 없고.. 숙소에도 없었다. 엘바디에서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몹쓸 손이 놓쳤나보다. 

사막투어 하려고 산 모자를 사막투어 전 날 잃어버리다닠ㅋㅋ못산다 진짜.. 다른걸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없이 짐을 챙겼다. 아침에 한국 아저씨가 주신 양갱과 초코바 등의 간식도 챙겼다. 사막투어 후에 페스로 가는 택시 동행들만 찾는다면 정말 환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6시 30분이 되어 짐을 챙기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아사드와 아나스와 함께 마라케시를 돌아보고자 나와서 수크를 걸었다. 아나스는 무려 95년생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아사드는 인도계 영국인이고, 모로코의 리야드는 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광장 건너편에 있는 쿠투비아 모스크 앞 쿠투비아 가든으로 향했다.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내가 왜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기를 좋아하는지, 아잔 소리가 좋다는 얘기, 그리고 아잔을 해석한 내용, 여행하는 이야기 등을 했다.





또 별을 보러 모로코에 왔는데, 내가 사막에 가는 날은 보름달이 떠서 크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우리가 가려던 식당이 거짓말처럼 당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오스카 프로그레스를 또 가고 싶었지만 다른 곳을 시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름 모를 식당에서 나는 닭 한 마리를 시켰고 둘은 반마리씩 시켰다. 기대와는 달리 닭이 너무 차갑고 딱딱해서 모로코 음식 첫 실패의 장소가 되었다.




테라스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바깥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삐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모든게 아쉽다. 아무리 일정을 깨알같이 짜고 시간을 알뜰하게 보내도,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하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마라케시를 떠나고 모로코 여행이 끝나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함께 저녁식사도 했고 우리는 친구라고 말했지만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시간이 흐르면, 나는 숙소에 머물렀던 작은 동양인으로 기억 되다가 본인들의 일상 생활을 살다 곧 잊혀질 만큼만 친한 사람이었다.




마라케시는 모로코를 본격적으로 여행하는 첫 도시이기도 했고 다행히도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곳에서 좋은 일이 많았기에 떠나기도 싫었지만 언제나 이곳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막 정들기 시작한 도시이긴 했지만 다음에 하게 될 여행에 대해서 많이 설레기도 했다. 떠나야 하는 여행자이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다음엔 사막이 기다리고 있어 라며. 인생도 그런 것 같았다. 언제나 머무르기만 할 수는 없다. 머물렀으면 떠나야 하고, 그래야 또 다른 시작이 가능하다. 머무르고 떠나고 다시 여행하는 것, C'est la vie 그게 바로 삶인가보다.




아나스는 버스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아사드도 돌아가야 했기에 악수를 하곤 다음에 연락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곤 인사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아브도가 반갑게 맞이해줬다. 내가 새벽에 떠난다고 했더니 몇시냐고 물었다. 7시 15분에 데릴러 오기로 해서 7시에는 나가야할 것 같다고 하니, 그 때 아침을 해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웠다. 원래 아침식사 시작은 8시인데ㅜㅜ고맙다고 몇 번을 얘기하고 민트티를 마시며 아브도와 얘기를 하다가 짐을 챙겨야해서 인사를 했다. 그리곤 내 방으로 올라와 방을 한 번 둘러봤다. 싱글룸이었는데 괜찮았다. 이불도 따뜻했고 무엇보다도 깨끗! 즐거운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웠고 별탈 없어서 너무 감사했다. 다음 목적지에서도 별탈 없기를 바라며 샤워를 마치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