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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이야기/필리핀

[필리핀 일로코스] 필리핀에서 사막을!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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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코스] 필리핀에서 사막을! (2일차)




일로코스 여행 2일차의 첫 방문지는 일로코스의 사막을 가는 일정이었다. 일본이나 베트남에 사막이 있다는 소린 들어봤는데 필리핀에도 있었다니? 역시 세상은 누비고 다녀봐야 한다.




하루종일 여행을 다니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다.




포트 일로칸디아 호텔의 조식은 먹을만한 메뉴들이 많아서 즐거웠다. 흔히 접하는 서양식 호텔에 있을 법한 그런 음식들이 아니라, 필리핀 음식과 중국 음식이 섞여 있었다. 오믈렛도 주문 즉시 만들어줘서 신선하고 야들야들했다. 게다가 과일도 다양! :)




아침 조식을 즐긴 후 간단하게 미팅을 했다. 이 날 촬영할 분량과 방향에 대해서 잠깐 논의를 하고 차를 타고 파오아이 샌드듄에 도착했다. 이곳은 정식 사막은 아니고, 거대한 사구 지형이다. 지역도 넓고 언덕 자체가 크기 때문에 마치 사막의 사구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바로 옆으로 푸른 바다가 있고, 모래 알갱이가 사막보다는 좀 더 크다는 점을 빼곤 정말 사막 같았다.


우리는 이 지프차를 타고 샌드보딩을 즐기는 지점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그냥 차를 타고 가면 되지 왜 뒷좌석쪽에서 서서 가는 구조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ㅎㅎ 어마어마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차에 탔고, 차가 많이 흔들릴 것이니 귀중품은 가방에 모두 넣어 내려놓으라고 했다.




이 때만 해도 몰랐다. 샌드보딩보다 이 지프차 타는게 더 재밌을 것이란건.. 초반에는 평평한 길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이대로 달리면 안 될 것 같은 경사의 언덕이 점점 가까워지는데도 차 속력이 줄어들지 않았다. 급정지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 언덕을 내려오는데, 배꼽이 다 빠져버리는 줄 알았다.


그 이후로도 건물 2층 정도의 높이의 사구 언덕을 올라갔다가 훅 꺼지듯이 내려가기를 반복!! 롤러코스터를 서서 타는 기분이 들었다. 영혼은 가출했지만 정신 못차리게 재밌었다. 서서 타기 때문에 스릴이 앉아 있을 때보다 더한데, 차에서 내렸을 때 다리가 호들거린다는 단점이 있다.




지프차 롤러코스터 운행(?)이 모두 종료된 이후 괜찮은 척 사진도 찍었다. 같이 탄 언니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업무 스트레스를 여기서 다 푼 것 같았다.




파오아이 샌드듄에 있던 수바 파오아이 샌드듄 어드벤처! 투어 업체 이름인 것 같다. 이렇게 인증샷을 찍으라고 포토존을 만들어둔 걸 보면 필리핀 사람들은 사진 찍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이 분이 우리의 샌드보딩 활동을 책임지실 분이었다. 엎드려서 탈 줄 알았더니 이것도 서서 타야 한다. 롤러 코스..아니 지프차를 타고 오면서 허벅지 근육을 모두 사용한 것 같은데..




사구 꼭대기에서 이렇게 판을 잡아주면, 발을 곱게 끼우고 무릎을 구부려서 기저면을 낮춘 후 자세를 잡아주면 된다. 그럼 판을 밟고 있던 분이 나를 가차없이 밀어준다. 사진은 현지 관광청 분인데, 우리와 함께 즐겨주셔서 더 재밌었다.




이렇게 내려간다. 보기보다 중심 잡기가 어렵지 않다. 스키 보드도 타본 적도 없고 운동신경 1도 없는 나도 잘 넘어지지 않았다. 타다보니 점점 익숙해지고 재밌어져서 투어 회사 직원분들이 질려할 때까지 계속 탔다. 나중에는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가 힘들어서 그만뒀다..




이렇게 팔에, 혹은 손에 액션캠을 달고 내려오기도 했다! 나는 앉아서도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손에 들고 탔는데, 아쉽게도 활동 내내 전원이 켜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줄이야.. 다행히 다른 원정대원이 팔에 끼고 촬영한 것들은 매우 잘 찍혔다.


아래 글에는 샌드보딩을 즐겼던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

필리핀에 사막이? 상상을 초월한 사막의 원더랜드




몇 시간 안 놀았던 것 같은데, 팔과 얼굴이 모두 새빨갛게 타있었다. 잠시 시간도 남아서 호텔에 들러 리프레쉬 타임을 가졌다. 전 날 수영복을 잽싸게 산 나는 방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안그래도 뜨겁게 달궈진 피부가 물에 들어가니 진정이 됐다. 좀 오버하자면 달군 쇠를 물에 담그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사진작가님이 20대 최고 인생샷도 찍어주시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일로코스에 와서도 수영을 하다니, 역시 필리핀에서는 물놀이를 빠뜨릴 수가 없다.




씻고 나오니 빨갛게 탔던 얼굴과 팔 다리는 모두 멀쩡해져있었다. 땡스 투 수영장.. 그리곤 다시 중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Saramsam 일로카노 레스토랑인데, 윗층에는 게스트하우스도 하는 듯 했다. 밥만 먹으러 온 우리는 자리를 잡았고, 음식이 나오면 먹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었다.




난 사진 담당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은 꼭 찍어야겠다고 느꼈다. 맨 위에는 몽고빈과 바그넷이 들어간 죽이었는데, 좀 짜서 그렇지 굉장히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그리고 불랄로는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고, 칼띠(Kalti)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브라운 슈가를 녹인 후 찹쌀 덩어리를 넣고 조금 끓여 먹는데, 여기에 살짝 튀긴 고구마와 바나나를 찍어먹으면 세상 대존맛이 바로 이거였다. 새알심은 정말이지 새삼스럽게도 쫄깃하고 달콤했다. 칼띠는 2번, 3번 질릴 때까지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바씨(Basi)주스! 사탕수수즙과 찹쌀, 과일을 불나이 라는 일로코스 전통 도자기에 넣고 발효시키면 바씨가 완성되는데, 발효가 덜 됐을 때 주스로 마실 수도 있다고 한다. 잘 익은 홍시와 감식초의 중간 맛이 나서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었다. 매실주스처럼 시원한 느낌이 났는데, 망고주스만 마실게 아니라 이것도 함께 마셔보길 추천한다.




다음 행선지 보헤도르 등대!(Bojeador Lighthouse).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 등대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로코스의 서해 바다를 밝혀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즈넉한 느낌이 가득했다. 오래 됐지만 그냥 낡은게 아니라 유서 깊은 곳이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꽃과 풀로 장식이 되어 있어서 아기자기했다.




지금은 등대 위로 올라갈 수 없다. 등대 1층에서 간단한 전시를 해두고 있는데, 나선형 계단은 아쉽게도 이렇게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교대근무를 하는 등대지기들의 숙소로 쓰였다고 하는데, 어떤 방은 너무 으스스해서 필리핀의 유명 공포영화의 배경지로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보헤도르 등대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등대에서 바라보는 일로코스 서해의 풍경!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검은 현무암은 제주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 앞으로는 빨강 초록 파랑 노랑,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필리핀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무래도 전 대통령의 도시이다보니, 여러모로 가꾸고 신경쓰는 것 같다. 




보헤도르 등대의 뒷문(?) 정문인가.. 이렇게 찍고 보니 공포영화의 배경지로 등장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약간 벗겨진 페인트가 묘하게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등대를 내려오는 길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새소리가 들려 상쾌했다. 피톤치드 길을 걷는 듯한 느낌!




다음으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카푸르푸라완 락 포메이션(Kapurpurawan Rock Formation)! 흰 바위라는 뜻이 있어, 화이트락 포메이션이라고도 부른다. 비, 바람, 파도에 의한 침식 작용으로 생긴 독특한 지형인데, 우리나라의 용바위처럼 관광지로 많이 찾고 있었다. 바위를 보러 가는 길은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이렇게 말을 타고 갈 수도 있었다. 세상에나 말을 타고 간다니! 모로코에서 낙타를 타는 것도 정말 즐거웠는데, 말은 타 본 적이 없었다.




저게 바로 화이트락 포메이션! 참 외롭고도 고독하게 서 있었다. 빛에 반사되어 약간 고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도 곧 말을 타고 출발했는데, 조랑말이어서 그런지 낙타보다 훨씬 폭신하고 흔들림도 덜 한게 편안했다. 나처럼 처음 말을 타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탈 수 있을 것 같다.




말을 타고 출발~ 가다보면 이렇게 방구이 지역의 풍차도 보인다. 얼마나 크면 여기까지 보일까 싶었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이 아닌 곳은 밟지 않는게 좋다. 습지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말에서 내리지 않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말을 타고 달그닥 달그닥 움직였다.




내 말을 끌어주시던 분! 성함을 여쭤봤고 분명히 들었는데, 죄송합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말을 참 잘 다루시던데..




화이트락 포메이션을 지나 마지막 석양을 보기 위해 방문한 방구이 윈드밀(Bangui Windmills).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모래가 휘날리기도 했는데, 운치있었다.




처음엔 날씨가 흐려서 지는 해를 못볼 거라고 생각하곤 바다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해변을 걷다가 신발로 일로코스 방문을 기념하는 글자도 썼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글자를 다 쓰고 뒤로 움직이자마자 파도가 휩쓸어가버렸다. 그래서 좀 멀찍이 떨어져서 두 번째로 쓴 글씨..




신나서 점프샷도 찍고, 다 내려와서도 신이 나서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도 찍혔다. 이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해가 져 버렸다.. 결국 구름에 가려져 해가 지는 건 보지 못했지만 여유롭게 일정을 마무리 했다.




라 프레시오사(La Preciosa)에서 원조 포키포키도 먹고(이 식당이 포키포키라는 음식을 가장 원조로 시작했다고 한다) 불판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시식(Sisig)도 먹고, 다이어트 이후 잘 먹지도 못하던 헤이즐넛 누가 크레이프 케이크도 먹어버렸다. 괜찮아 오늘 많이 움직였어..


오늘도 이렇게 일로코스에서의 2일차를 무사히 보냈다!

다음날은 일로코스 마지막 일정으로, 비간시티에 방문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