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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이야기/모로코

[모로코_마라케시] 생애 첫 마라케시(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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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_마라케시] 생애 첫 마라케시(1일차)






마라케시로 이동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잠을 설쳤다. 평소에는 일어날 때마다 의미 없는 1분, 2분을 부여잡았는데 여행지에만 오면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게다가 오색찬란한 마라케시로 갈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호텔 알 왈리드에서 평범한 조식(그냥 빵에, 그냥 잼에, 달콤한 과일 정도?)을 먹고 가방을 들고 나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카사 보야져 역으로 갔다.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굉장히 더웠다. 해가 쨍쨍 아주 두피를 살균해주고 있었다.




어제 카사 보야져역에 내리자마자 미리 표를 사둬서 바로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시간은 충분했고 기차만 제시간에 오면 되는 거였다. 연착도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다행히 기차 탑승도 잘 했다. 기차가 칠도 벗겨지고 오래되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튼튼해보였다.




기차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칸막이가 있고 4~6명이 같이 앉는 구조였다. 표에 자리 번호가 적혀져 있었는데, 옆에 앉은 중국인 모녀가 내 자리인 가운데에 앉아주는 바람에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럭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공사장, 무너져가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들, 언제나처럼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기차 소리는 일정했고 사람들은 곧 잠이 들었다. 음악을 듣다가 어제 봤던 카사블랑카의 핫산 2세 모스크가 떠올라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달리는 기차에서 그리느라 여기저기 삐죽삐죽 펜 선이 난리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림도 완성했다. 멀리서보면 괜찮아보이는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1등석 표를 구입했는데, 처음엔 시원한 듯 하다가 2시간 정도가 지나자 1등석칸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기차를 내리쬐는 태양 열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개도 더위에 지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옆 좌석칸의 꼬맹이가 놀러오지 않았다면 더위에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꼬맹이는 동양인이 신기한지 날 자주 보러 왔고, 눈이 마주칠때마다 도망을 갔다. 귀여워서 카메라를 들었더니 까르르 웃으면서 도망간다. 그러다가 몰래 다가와서 놀래키고 하길래, 카메라를 들고 술래잡기 게임도 했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도망가고, 카메라를 내리면 다가왔다. 안보는 척 하다가 사진을 찰칵! 찍으니 깔깔 웃으면서 도망갔다. 귀엽다.





꼬맹이랑 놀다가 물도 마시고, 미리 준비해온 달달한 간식도 먹고, 땀흘리며 낮잠까지 자고 나니 어느새 4시간이 지나있었다. 블로그에서 보던대로 마라케시 기차역은 정말 화려했다. 붉은빛의 기차역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었고, 그 창을 통해 햇살이 조심스레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예약한 리야드 숙소에서 사람이 나와 있기로 했는데, 기차역 입구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역 안으로 들어와보니, 누군가 리야드 이름이 적힌 작은 판넬을 들고 서 있었다. 통성명을 하고 자마 알프나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리야드 스텝이 숙소까지 날 픽업할거라고 했다. 자마 알프나 광장까지 오면서 바라본 마라케시의 첫 풍경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내가 상상하던 모로코의 모습이 완벽히 재현되고 있었다! 붉은 빛의 건물들과 역동적인 사람들,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모스크, 그리고 색색깔의 천막들까지! 뛰어노는 아이들의 표정도 좋았다. 모로칸들이 사진 찍히는 것만 싫어하지 않았어도 아마 사진은 2배로 많이 찍었을 것 같다.


운전기사가 잠시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금새 문이 열리고 리야드 스텝이 날 맞아주었다. 나중에야 친해지게 되면서 오해가 풀렸지만, 스텝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모로칸이라 썩 믿음이 가진 않았다. 내 짐을 들어준다고 했지만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어서 직접 들겠다고 했다.




한낮에 보는 마라케시의 제마 엘프나 광장은 생각보다 북적였다. 야시장이 들어서기 전 낮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 사람 구경이 최고의 볼거리였다. 뱀 쇼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화려한 복장의 물장수도 있었다. 그 외에 시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숙소에 가자마자 다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눈이 즐거웠다.




자마 알프나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마중나온 직원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들었다. 카페 드 프랑스를 뒤로 하고 보이는 앞 골목으로 들어와서 쭉 직진 하다가, Nomad라는 표지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꺾고, 쭉 가다가 오른쪽에 수퍼가 나오면 왼쪽으로 꺾은 후 다시 오른쪽으로 꺾으면 모스크가 나온다. 조금 더 앞으로 간 후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리야드 알 마무네'! 숙소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숙소 규칙 등 설명을 들었다.




쿠킹 클래스가 있다는 말에 얼른 신청해버렸다! 이런 현지 체험이 가장 좋다. 가이드가 필요했는데, 마침 길을 안내해준 직원이 굉장히 차분하게 잘 설명해줬다. 그래서 이 사람이 가이드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머뭇머뭇 했다. 가능하다는 말에 약속 시간을 정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자신은 전문 가이드는 아니고 숙소에서 일하는 직원일 뿐이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투어를 해주겠다고 했다. 순간 내가 너무 무례했었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굉장히 고맙기도 했다. 소문으로 듣던 악명높은 가이드(팁을 달라고 우기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곳을 자꾸만 들르는)와는 달리 이런 사람은 피할 것, 저런 것은 사지 말 것 등을 솔직히 말해줘서 좋았는데 전문 가이드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솔직했었나.




어디를 먼저 가보고 싶냐고 묻기에 우선 사막투어를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본격적인 여행 첫 날이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고 싶었다. 마라케시에 머무는 3~4일동안 마음을 편안히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마라케시로 돌아오지 않고 페스로 가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는 것"이 아닌 "직접 택시를 공수해 와서 페스로 가도록 차까지 태워주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제마 엘프나 광장에서 조금 내려오다보면, 사하라 사막 투어 회사가 모두 몰려있어 호객꾼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어느 회사를 가봐야 할 지 헤맬 필요가 없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걷기만 해도 "사하라?"라고 물어보며 다가온다. 그럼 내가 원하는 투어가 있는지 물어보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사하라 익스페디션은 콧대가 높아서인지 페스로 가는 택시는 니가 알아서 타라는 말을 하곤 고고하게 다리를 꼬았다. 나 아니어도 갈 사람 많다는 것인데, 나도 너 아니고 알아볼 회사가 줄을 서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오케이 바이!를 외치고 돌아서서 다른 투어 회사로 들어갔다. 호객꾼을 따라다니며 3곳 정도를 알아보는데, 모두 마라케시로 돌아오는 것 밖엔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마지막 투어 회사를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MIFTAH ABDELGHANI TOUR"라는 회사였다. 당연히 구글맵에는 나오지 않았고, CAFE ROXE가 있는 건물의 2층이다. 이곳에서도 투어 상품에 대해 물어보며 페스로 가는 일정은 없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이 말하길, 대부분의 회사에서 페스로 가는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지 택시를 공수해오진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하는 만큼, 분명히 페스로 갈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들과 함께 택시를 타라는 것이었다. 무책임하게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는 것이 끝이 아닌 택시까지 태워주는걸 찾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럼 자기들이 택시까지 구해줄테니 돈을 더 달라고 했다. 흠, 좀 더 알아보면 이런 회사가 많을 것 같았다. 고맙다고 말하고 좀 더 둘러보겠다고 했다.




첫 날 사막투어는 이 정도로 알아보고, 오늘 만나기로 했던 한국인 분과 만나 크래프트샵으로 갔다. 샵 앞에서 나와 동행해줬던 리야드 스태프는 인사를 하곤 집으로 갔다. 여자 둘이 남아 샵을 둘러보며 구경을 했다.




모로코는 아무래도 페스의 테너리 덕분에 '가죽 제품'을 컨셉으로 잡은 듯, 온통 가죽제품 투성이였다. 여기서 동행한 분과 세트로 노란색 가죽 지갑을 구매했다. 할머니의 포스에 눌려 대차게 흥정하지 못하고 겨우 10 디르함 깎아서 40디르함에 구입했다. 그래도 좋은 가격 같다고 둘이 낄낄 웃었다.




가방에 여유도 있고, 여행 일정도 짧았다면 이 예쁜 그릇도 하나 집어들었을 것 같다. 하나하나 장식이 모두 달라서 정말 아름다웠다. 아무리 아프리카 날씨가 그늘에만 있으면 괜찮다지만, 한여름 같은 더위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이곳에서 처음으로 포피 주스를 마셨다. 짱맛굉맛!! 당 충전을 좀 하고 나서는 수크 쇼핑을 결심했다.




사막투어 때 입을 젤라바 쇼핑이 목적이었다. 시장에 의류 거리가 있어서 한참을 둘러봤는데, 맘에 들면 가격을 내려주지 않았고 마음에 안드는데 가격을 싸게 부르는 곳도 많았다. 




이런 젤라바들은 보통 특별한 날에 입는 것으로 굉장히 화려하다. 숙소 직원과 얘기하며 알게된 것인데, 허리에 띠가 있으면 카프탄, 허리띠 없이 통으로 되고 뒤에 모자가 있는 것이 젤라바라고 했다. 젊은 여자들은 보통 젤라바를 입고 카프탄은 좀 더 나이 든 사람이 입는다고 했다. 




젤라바를 둘러보는 와중에 발견한 가게에서는 직접 입어보라고 했다. 어차피 맘에 들지 않거나 비쌀텐데 뭐하러 입어보나 하고 마음이 지쳐있었는데, 직접 입어본 순간 굉장히 맘에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문제는 가격.. 아저씨가 500디르함이나 부르는 것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380디르함까지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비쌌다. 나가려는데 잡지도 않는 아저씨! 정말 감사하게도 같이 동행하던 분이 중재를 해줘서 300까지 겨우 깎았고, 내 키에 맞게 수선까지 해서 350을 줬다. 혼자였다면 깎지도 못하고 그냥 나갔을 것 같다. T.T 그냥 얇은 일반 젤라바의 경우 70~100디르함이면 샀겠지만, 이 젤라바는 자수가 장식되어 있는, 현지인들도 특별한 날에 입는다는 예쁜 젤라바여서 가격이 나갔던 것!




구입 기념으로 젤라바를 입고 주인 아저씨와 그 아들과 사진도 찍고, 겨우 수크를 빠져나왔다. 벌써 시간이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3시에 만났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빠르게 가다니.. 역시 쇼핑은 킬링타임에 최적격.





다른 한국분 한 명을 더 만나서 제마 엘프나 광장의 밤 풍경을 감상했다. Grand Balcon CAFE GLACIER의 옥상에서 보는 뷰가 가장 환상적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입장료겸 해서 음료 값이 거의 다른 곳에 3~4배 였음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입장! 물 하나를 15디르함 내고 올라와서 실컷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 있었다. 식당이 커서 망정이지 작았으면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었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자마엘프나의 모습은 정말이지 황홀할만큼 아름다웠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던 모습이 내 눈앞에 있었고 그곳의 냄새, 분위기, 소리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노점에서는 커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어댔다. 우리나라 명동이나 다른 관광지도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보일까? 모두가 행복해보이고 즐거워보였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한참 시간을 보내고나서야 배가 고파진 우리 3명은 본격적으로 야시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호객꾼이 다가와 우리를 스카웃(?)해갔다. 갈 곳 없으면 이리로 오라고ㅋㅋ






어차피 그 가게가 다 그 가게인지라 흔쾌히 따라갔다. 메뉴를 보니 일반 음식점보다는 물가가 조금 비쌌다. 그래도 야시장 분위기를 느낄겸 서슴없이 메뉴를 골랐다. 쿠스쿠스와 모로칸 샐러드, 케밥이었는데 양이 꽤 적었지만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손님이 몰려오면 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로 환영해주었고, 모두가 행복해보이는 이곳의 아우라가 낯설면서도 즐거웠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던 우리들은 자마 알프나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음식점 구경에 나섰다. 돌아보고 나니 알게 된 것인데, 모든 가게가 대부분 비슷한 메뉴(케밥, 쿠스쿠스, 타진, 샐러드 등)를 팔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콜라 낚시를 하고 있었다! 현지인, 외국인 상관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낚싯대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재밌었다.




구석으로 가면 다양한 소품과 아르간 오일 등을 볼 수 있었고, 예쁜 등도 있었다. 터키에서 봤음직한 등이었는데, 자세히 보고 싶어 다가갔더니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 백투 차이나!"라는 막말을 했다. 중국인들이 사진을 찍어가다보니 동양인만 보면 화가 났나본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니?"라며 맞받아쳐줬다. 물론 영어로. 이런건 알아듣게 얘기해줘야한다. 무례하고 못배워먹은 사람 같으니라고. 





어쨌든 우리 세 명은 오렌지 주스와 믹스주스를 함께 마시며 마라케시의 밤을 보냈고, 내일 각자의 일정을 위해 뿔뿔히 흩어졌다. 나도 어두워진 마라케시 골목을 걸으며 리야드로 돌아왔고, 스태프가 내주는 민트티를 마시며 여독을 풀었다. 내일은 미리 신청했던 쿠킹클래스를, 그리고 사막투어 확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