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는 이야기/모로코

[모로코_카사블랑카] 안녕 카사블랑카!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모로코_카사블랑카] 안녕 카사블랑카!






이스탄불 아덴시티 호텔에서의 조식은 굉장했다. 치즈와 햄 종류만 많고 특별히 먹을만한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터키 전통 음식부터 만국 공통 스크램블 에그까지~! 출발 30분 전에 무리해서라도 먹고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괜찮았다. 조식비까지 낸 사람들은 꼭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석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던 이 벌꿀판.. 난생 처음 보는, 그리고 난생 처음 해보는 벌꿀판 먹기 체험ㅋㅋㅋ 보통은 꿀을 담아놓고 떠가는 형태일텐데, 고객에게 최상의 신선품을 주고자 하는 마음인가보다. 칼로 긁어서 접시에 담아 모든 빵에 발라 먹었다.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셔틀은 35유로로 매우 비쌌지만, 떠나는 날까지 이스탄불을 여유롭고 즐겁게 기억하고 싶었기(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가다보면 바깥 구경도 어렵다) 때문에 아타튀르크 공항까지 가는 셔틀을 예약해뒀었다. 덕분에 아침도 든든히 먹고 천천히 출발할 수 있었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터키 항공 비행기를 탔는데 듣던대로 엄청난 시설을 자랑했다! 기내식도 맛있고 모니터도 좋고.. 게다가 운 좋게 비상구 좌석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양 옆에 모로코 남정네들이 자리를 쩍벌 하고 앉아서는 머리를 내쪽으로 기대고 자는 바람에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그래서인지 기내 사진이 1도 없다..) 그 와중에 자기 잘테니까 점심 오면 알려달란다. 뭐라는거지? 무례하고 건방져서 자는걸 냅두고 내 도시락만 받아 먹었다. 




약 4시간 정도를 날아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 카사블랑카는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이자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과 매우 비슷했다. 게다가 분위기도 비슷.. 첫 인상은 매우 아프리카스러웠고 쨍하고 거칠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뭔소리람) 처음 맡아보는 아프리카 국가의 냄새도 신기했다! 확실히 아프리카라서 그런지 엄청 찌고 더웠다. 길고 긴 줄을 거쳐 입국심사를 마친 뒤, 무사히 환전도 하고(중국인들이 뒤에서 껴들어서 당황), 유심 사는 도중에 한국분도 만났다. 




여행 첫 시작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반가웠는데 다행히 잘 받아주셨다. 이 분도 혼자 오셨다기에 마라케시에서 보길 약속하고 기차표를 사러 갔다. 에어컨이 나오는 1등석으로 샀다. 2시에 공항에 도착해 짐도 찾고 환전, 유심을 사는 등 일을 모두 보고 나오니 3시 30분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마라케시까지는 5시간(카사보야져까지 1시간, 카사보야져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밤에 도착해서 갈 자신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카사블랑카 모하메드V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된다.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시내 가기]



어쩔 수 없이 카사블랑카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움직이기로 했다. 카사보야져역에 내리니 정말 말 그대로 코 앞에 Hotel Al Walid가 있었다. 카사블랑카의 호텔들은 대부분 유스호스텔이나 호스텔 수준이지만 가격은 정말 호텔 값을 받는다. 그래서 기왕이면 교통 편리한 곳에 있는 곳으로 골랐는데, 카사보야져역과 정말 가까워서 좋았다.




카사보야져에서 다음날 마라케시로 출발하는 기차표를 산 후 호텔에서 체크인을 했다. 방에 짐을 내려놓고 나갈 준비를 하다보니 벌써 6시가 됐다. 트립어드바이저에 검색해보니 La Sqala 라는 곳이 평이 좋았다.




저녁을 일찍 먹고 오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카사보야져역에서 이 식당까지는 15~20디르함이면 충분하다. 50디르함을 부르는 할아버지에게 흥정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니 30을 불렀다. 20을 불렀더니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Okay Bye! 했더니 20디르함에 가잔다. 사실 20디르함도 싼 가격은 아니기에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 




흙빛 도시 길가를 지나 도착한 식당은 성벽 안에 있는 가게였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깔끔했다. 카사블랑카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편이라고 들었는데, 건물 내부까지 이렇게 호화스러우니 메뉴판을 아니 볼 수가 없었다.




타진은 전반적으로 140~160디르함 정도이고 샐러드는 50~80 디르함 정도, 디저트는 40~80디르함 정도로 역시나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도 첫 모로코 여행에서도 첫 여행지인데, 맛있고 좋은 걸 먹고 싶어서 안으로 들어섰다.




분위기는 정말 백점 만점! 이슬람 문화권 나라답게 색색깔 타일로 장식해놓은게 참 예뻤다.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안쪽엔 사람들이 많았다. 




안쪽에 분수가 있는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는 나중에 알고 보니 흡연석이었다. 밥 먹고 있는데 누가 담배를 펴서 쳐다보았으나 여긴 한국이 아니라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테이블과 자리만큼은 예쁘다. 옆에 있는 분수에서 물이 쪼르르 나오면 그렇게 상쾌한 기분이 들 수가 없다. 




이곳에서 나의 첫 타진을 먹었다. 양고기 타진과 소고기 타진이 품절이라고 해서 치킨 타진을 주문했다. 주문 후 기본찬(?)으로 2가지 소스와 올리브, 빵이 나왔는데 빵.. 왜 빵을 먹는 나라의 빵은 이렇게 맛있는거쥬.. 타진이 오기 전에 빵을 다 먹어버릴 뻔 했으나 이성을 찾고 몇 입 뜯고 기다렸다. 올리브와 먹어도 맛있고, 약간 스파이시 한 저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두둥 치킨 타진이 나왔다. 맨 위에는 우리나라 요리에서의 고명처럼, 마리네이드한 레몬이 올려져 나왔다. 겉으로 볼 때엔 양도 꽤 많아 보였고, 냄새도 좋았다. 음식이 왔는데 바로 먹지 않고 사진 찍고 냄새 맡고 요리저리 살펴보고 있으니 종업원이 알 수 없다는 듯이 웃어주고 지나갔다.




세상에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맨 위에 있는 레몬부터 먹어보니, 소금에 절여진 레몬인 듯 했다. 짭쪼름하고 상큼하고 달콤하기까지 해서 치킨 살과 함께 먹으면 딱이었다. 약간 노란 빛을 띄우는 것은 사프란과 큐민 가루를 섞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릇에 올리브유가 가득했지만 '이건 살 덜찔거야' 라고 최면을 걸며 치킨을 촉촉히 적셔가며 먹었다. 치킨 타진을 먹고난 후 진지하게 모로코는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기대를 했다. 큐민 향도 너무 좋다. 물까지 해서 150디르함을 내고 왔다.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맛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웠다.




슬쩍 보니 핫산 2세 모스크까지 멀지 않은 것 같아 밥도 먹었겠다 걷기로 결정했다. 가다 보니 릭스 카페도 나왔다! 영화 촬영지 배경과는 상관 없이 재현만 해둔 곳이라고 하던데, 음식맛이 쏘쏘라고 들어서 일부러 가지 않았다. 공원(?) 같은 곳을 지나 계속 걷고 걷는데 허허.. 보행자 도로 따윈 없는 곳을 2-30분 정도 걸으니 겨우 모스크가 보였다. 




거리에 상관없이 도보가 없어서 차가 오는 방향을 마주보고 걸었더니 피로함이 엄청났다.(뒤에서 차가 오는게 더 위험하니 앞으로 마주보고 걷는게 그나마 낫다. 내가 반응할 시간도 있고..) 게다가 도로가 아닌 곳은 모두 돌무더기이거나 쓰레기 천지거나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 무리로 가득차 있어서 여자 혼자 걸으면서 진땀 꽤나 뺐다. (혼자라면 그냥 택시를 타길 추천한다.) 둘이 여행한다면 이것도 낭만이겠지만, 혼자서는 모든 상황이 현실이다. ㅎㅎ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뉘엇뉘엇 져 갈 때 쯤이었고 이곳에서 핫산 2세 모스크의 야경을 봤다.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서 모스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어둑어둑해지는 모스크의 모습도 보고,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는 것도 봤다.




셔터스톡 사진으로만 보던 핫산 2세 모스크의 실제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내 카메라를 들고 튀지 않을 것 같은 할머니에게, 또는 중국인 커플들에게 부탁해서 겨우 내 독사진도 기념으로 남길 수 있었다. 혼자 여행 오면 본인 사진 찍는게 가장 어렵다. 그렇다고 삼각대 들고 다니기는 짐이 많았다. 안그래도 등에 산만한 배낭 멨다고 주변에서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여기가 오사카나 파리이면 모를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우글거리는 중국인들은 모두 삼각대를 챙겨와서 재미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혼자 여기까지 와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3년전부터 오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모로코에 온 것도 감동, 첫 도시에서 보게 된 모스크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에도 감동! 이제서야 카사블랑카에 온 실감이 났다.




혼자 온 현지인들도 꽤 많았다. 가족 관광객들도 많고, 커플도 많고, 혼자 온 사람들도 많고! 




엄마와 함께 온 애기도 잔뜩 신이 났다. 엄마랑 숨바꼭질 한다고 저러고 있던데, 적어도 장애물이 있는 곳에 숨어주지 그랬니. 쭈그리기만 하고 귀여웠다. ㅋㅋ







핫산 2세 모스크에 불빛이 들어오고, 밤은 완벽하게 어두워졌다. 그래서인지 푸른 빛과 노란 빛이 어울려 그림 같은 장관이었다! 




외국인이나 이슬람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모스크 투어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낮 시간대에 끝이 났다. 그래서 이렇게 먼 발치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 http://www.fmh2.ma/ 에서 투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동만 하기에는 너무 칠흙같이 어두워져있었고, 혼자 택시를 타고 다시 숙소로 가는 것이 걱정됐다. 둘이 왔으면, 혹은 단체로 왔으면 보고 싶을 때까지 보고 함께 이동하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여자 홀로 왔으니 너무 늦게 들어가기엔 불안했다.




모스크 입구에서 달려가던 택시를 잡아 탔고, 미터기를 켜달라고 해서 10 디르함 정도로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올 때와는 다르게 미터기를 켜니 택시비가 반값이 된다.. 어둑어둑한 길을 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건 정말이지 긴장이 됐다. 그래도 옆 아저씨를 최대한 믿고 왔다. 아저씨 막연하게 두려워해서 미안합니다..




숙소에 도착해 생각해보니 마라케시로 가는 기차에서 먹을 간식거리(는 중요하다)를 사지 않아, 다시 택시를 타고 Techfine Center로 향했다. Hotel Al Walid 아저씨는 걸어갈만한 거리라고 했지만 절대 아니었다. 택시를 타기를 정말 잘했지, 타면서 가보니 굉장한 골목이었다. 미국 할렘가를 본 적은 없지만 할렘가의 10배는 무서워보이는 곳이었다. 이곳을 여자 혼자 걸어갔다가는 아무 마음 없었던 사람들도 강도질을 할 것만 같은 분위기.. 현지인들의 거리 감각은 역시 한번쯤 의심해 볼 만 하다. 테크파인 센터까지는 미터기로 5디르함이 나왔지만 최소 금액은 내야 한다고 하기에 7.5디르함을 냈다.




테크파인센터는 마치 영등포 타임스퀘어 같은 쇼핑몰인데, 옷도 팔고 신발도 팔고 전자제품도 팔고 큰 마트도 있는 곳이었다. 신문물에 매우 마음이 놓였고 이곳에서 과자와 음료를 샀다. 




유럽 국가와는 다르게 빵 종류나 채소, 과일 등의 신선품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사고 싶은 맘 1도 들지 않았음.. 그나마 치즈는 포장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는데, 이것도 가방 속에서 짐이 될 것 같아 패스했다. 기차를 타고 마라케시로 갈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내일도 쉬운 날은 아닐거란 생각에,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모로코에서의 첫 하루는 아름답고 쇼킹했지만 긴장도 100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