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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이야기/모로코

[모로코여행_이스탄불] 5년만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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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여행_이스탄불] 5년만의 재회




5년전 첫 나홀로 배낭여행을 떠나 약 5주동안 터키 중서부를 돌아다녔다. 터키 여행 후 5년동안 계속해서 다시 터키로 돌아가는 꿈을 꿨는데, 이번 모로코 여행에서 경유를 통해 이스탄불에 다시 올 수 있게 됐다.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스탄불의 모습에 여행 시작 전부터 여간 설레는게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터키항공으로 카사블랑카에 가는 스케줄이었다. 예전에 탔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후 4시 10분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아쉽게도 연착으로 1시간 늦은 5시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에서의 시간은 1분 1초가 소중했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도 안전하게 도착한 게 어디냐고 생각하고 재빨리 입국심사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래전 일인데도 모든게 너무 익숙했다.




다음날 오전 11시 비행기로 카사블랑카에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저녁 일정은 술탄 아흐멧 지역에서 보내려고 했다. 익숙하게 메트로 타는 곳으로 간 후, 제이틴부르누역에 내려 트램으로 환승했다. 5년 전보다는 동양인을 덜 쳐다본다. 그 땐 황송할 정도로 쳐다보는 눈빛에 조금 불편했는데, 이번엔 서울 지하철처럼 노관심! 드디어 술탄 아흐멧 지역에 내렸는데 꿈 속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등 뒤에는 산만한 배낭을 메고 술탄아흐멧 광장을 활보하며 뛰었다. 누가 보면 미친 줄 알았겠다..




정신을 차리고 저녁을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우선 숙소로 갔다. Arden City Hotel이었는데, 지난번은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이번엔 호텔이라는 점에서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나름 돈 버는 직장인..) 로비는 그런대로 예뻤지만.. 객실 내부는 게스트하우스랑 크게 다를 것은 없는 것 같았다.(물론 조식이 매우 아름답고 맛있었다!!)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작은 가방을 꺼내 지갑과 카메라만 들고 나왔다.




이스탄불에서는 구글지도가 필요 없었다. 지난번 여행 때 8일 정도 이스탄불에만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밤에 멀리 갈 일도 없고..) 대부분의 길을 알고 있었다. 90년이 넘는 전통이 있다는 괴프테 가게로 들어서자 냄새도, 사람도 모두 반가웠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지난 방송을 보며 다시 이곳에 올 날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지글지글 숯불에 구워 나온 괴프테는 역시나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쌀쌀한 날에 먹는 괴프테 맛은 또 달랐다. 게다가 저녁때가 지났는지, 아니면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에 사람이 많이 없는 상태라 여유롭게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오동통하고 육즙이 가득한 괴프테를 먹으며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내가 나이를 들었다는 점 빼고는 변한게 없는 것 같았다.(씁쓸)




아직 이스탄불에서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기에 식사 후 에미뇌뉘로 향했다. 트램을 타는 것보다 귈하네 공원을 지나쳐 걷고 싶어서 그대로 걸었다. 가는 길에 로쿰 가게에도 들러보고, 이스탄불의 모습을 눈에 더 담으려고 했다.




해가 진 후 도착한 9월말의 에미뇌뉘는 바닷바람으로 쌀쌀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서 춥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딱 한국 가을 날씨 같았다. 7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커다란 선박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 시간에도 보스포러스 해협 투어가 있는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다. 어서 저녁 2차를 하기 위해 갈라타 다리로 갔다.




5년전 방문했던 고등어케밥집(BALIK NOKTASI)으로 갔다. 낚시 하는 사람들의 낚시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보이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5년전 만났던 웨이터가 다시 내 주문을 받았다. 에페스 한 잔과 고등어케밥을 주문해놓고 웨이터와 이야기를 했다. 첫사랑 같은 터키에 다시 오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드디어 나온 고등어케밥을 한 입 물자 지난 여행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번엔 분명히 모로코를 여행하러 왔고, 이곳은 몇 시간밖에 있지 못하지만 이스탄불의 매력은 여전히 매우 치명적이었다. 바다를 보며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터키 여행을 곱씹었다. 꿈으로 오는 것보다 실제로 와보니 더 행복했다. 왜 진작 이곳을 다시 여행하는 걸 생각 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좋으면서 왜 이제서야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와 함께 올 계획도 했지만 엄마가 배신하고 고모할머니와 가신 적도 있었다. ㅋㅋ 고등어케밥은 1차 저녁으로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으로 다 먹을 수 있었다.




에페스 맥주로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올라왔고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술탄아흐멧 광장으로 돌아왔다. 5년전 우연히 만났던 한국인 친구와 마지막 여행을 마무리하며 아야소피아 성당에서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언제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라는 이야기였다. 가만히 앉아 성당과 블루모스크를 바라보는데, 그 친구가 매우 보고싶었다. ㅎㅎ




마지막으로 돈두르마를 먹고 사진을 찍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이스탄불에서의 허락된 시간은 딱 여기까지! 꼭 다시 오기를 마음 먹고 모로코여행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