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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이야기/모로코

[모로코 여행]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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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여행준비




모로코에 관심이 생긴건 7년전 <모로코, 낯선 여행-이혜승>이란 책을 읽은 후였다. 화려한 색감과 순수한 사람들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설레게 했다. 터키 여행을 먼저 한 후 잠시 잊혀졌던 모로코 여행에 대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건 3년전부터였다. 터키 여행 이후 이슬람 문화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는데 붉은 빛과 파란색 건축물, 그리고 사막 특유의 건조한 풍경에 더욱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북아프리카에서 유행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인접국가 튀니지 등에서의 IS테러 등으로 가지 못할 이유가 점점 생겼고, 올해에는 '추석 연휴로 인한 금값 같은 항공권'이라는 게 모로코 여행을 막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로코는 언젠가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올리비에 블레이즈> 책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한낱 꿈일 뿐이고, 가능성으로밖에 끝나지 않는다" 라는 구절을 읽었고, 그 순간 비행기 표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준비의 가장 첫 단계 항공권 끊기. 이 첫 단계가 굉장히 순탄치 않았다. 우선 특수 휴가 기간이라 비행기 값이 치솟아 오른 상태였고, 경유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가장 짧은 시간이 30시간 미만이었고 한 번 경유는 기본이었다. 170~200만원 정도의 가격을 보며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13박 14박이라는 휴가를 "티 안나게" 내기란 퇴사할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어려웠기 때문에 눈물로 구입했다.


검색은 스카이스캐너에서 했고, 아시아나를 타고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모로코항공을 통해 카사블랑카로 들어가는 스케줄이었다. 다녀온 지 5년이 지났지만, 꿈 속에서라도 날아갈 수 있었던 터키를 다시 한 번 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잠시 경유이지만) 괴프테 케밥과 에미뇌뉘에서 고등어케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감아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술탄 아흐멧 지역! 이스탄불에서 하루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하려고 했다. 이 욕망(?)이 이번 여행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었다.


우선 내가 구입한 티켓은 해외 중개 사이트인 Go To Gate라는 곳이었다. 예약 과정도 모두 영어로 안내가 됐지만 인터파크나 국내 사이트(모로코 항공권이 거의 없기도 했지만)에 비해 굉장히 저렴했다. 결과적으로 Go to Gate는 절대적으로 비추하고 싶다.

(이곳 뿐만 아니라 travel2be나 여태 해외 중개 사이트는 별로 비추..)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국내 고객센터가 없음

그 말은 즉슨, 모든 요청사항과 문의사항을 영어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번호가 없기 때문에 해외 통화료도 나가게 된다. 다행히 Go To Gate는 한국 번호로 걸어서 통화를 할 수 있었고 국제통화료가 부과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통화하는 사람들이 모두 인도인이거나 아예 영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알아듣기도, 내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다.

(헨리가 따라하는 인도 발음은 양반이다.)


2. 서비스 처리가 정말 심각하게 느림

메일은 당연히 느리고, 전화를 하면 내 티켓 번호를 확인하는데에 3분, 일정 변경 가능한지 기다려달라고 5분동안 기다리게 하고, 뭐 사소한 것 하나 물어볼 때마다 3-4분은 기본으로 대기를 해야 하니, 통화를 마치고 나면 40분 정도가 흘러 있었다. 정말 속이 터지게 일을 못한다.(한국 서비스가 최고!)


3. 불친절

친절은 절대 기대도 하지 말아야한다. 전화를 받고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일하기 싫은 티가 팍팍 난다. "아 뭔 일인데, 빨랑 말해봐"라는 식의 느낌이 너무 강하다. 보나마나 책상 위에 다리 두 짝을 올리고 대강대강 전화를 받는 것이겠지. (5번 전화를 했었는데 4명의 상담원이 그런 식이였다.)


4. 과한 수수료

스카이스캐너에서는 가장 저렴한 티켓이라고 나올 수는 있으나 일정을 살짝만이라도 변경하거나 취소를 하게 되면 그 수수료가 어마어마하다. 변경시에는 3-40만원이 더 추가되고(여행지나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취소할 때에는 15~2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스탄불에서 18시간이 아닌 하루를 더 머물고 싶다고 하자, 처음에는 30만원이 추가된다고 해서 통화를 마치고 바로 입금을 했다. 그런데 2분만에 다시 47만원을 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안내를 받았다. 추후 환불을 받았을 때엔 추가로 지불했던 30만원도 그대로 환불 되지 않았다. 2~3만원의 수수료를 뗀 후에 입금되었다.


5. 문의 자체가 어려움

한국 IP주소로는 문의센터 자체가 접속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계정으로 접속해야 겨우 찾아볼 수 있다.


-Go To Gate 웹사이트 화면-



한국 사이트에서는 3백만원이 넘는 가격이어서 '조금만 더 내고 안심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Go To Gate나 해외 사이트에서티켓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출발편 비행기의 시간과 수화물 규정, 그리고 환불/변경규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런 후에도 문제가 없다면, 환불할 일이 '절대로' 없을 것 같다면 그 때 결제하길 추천한다. 


어쨌든 나는 1.일정 변경 시도(30만원 추가 입금), 2.티켓 자체&추가입금내역 환불(20만원 가까운 취소 수수료) 이런 짓을 해가면서 다시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원점으로 돌아왔고, 총 120분이 넘는 통화로 인한 피곤함과 환불을 제대로 못받고 사기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몸과 마음이 괴로웠다. 이 와중에 결제는 체크카드로 요청을 해 둔 상태라 2주가 넘는 기간동안 티켓 값이 홀딩되어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답도 없음)


티켓 값이 더 오를까봐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Travel2be라는 곳에서 모로코로 향하는 다른 티켓을 구입했고, 이 건은 문제 없이 결제 되었다.

20만원 가까이 되는 수수료를 통해 교훈을 얻은 나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진행했고 연관된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 확인 사실을 3번 정도 했다.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이 되어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드디어 모로코에 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모로코라는 나라는 알면 알 수록 내가 생각하던 아름답고 찬란한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한글로 된 가이드북이 없었기 때문에 블로그 정보에 의존하며 정보를 찾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삐기들과 소매치기범, 성추행범, 관광객을

등쳐먹고 후려먹는 양아치들이 많다는 후기가 많았다. 물론 좋은 사람도 많겠지만, 길을 안내해준 후 팁을 달라는 사람들부터 처음부터 합의한 가격으로 안내를 마친 후 가이드비를 더 달라고 협박하는 이들까지, 환상과 기대감만으로 방문했다가는 코가 뜯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이라 더욱 더 우려된다.


또 한 가지, 아무래도 추석연휴에 방문하는 것이라 그런지,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사막투어'를 하는 날에 보름달이 떠서 별을 보기도 힘들 것 같다.ㅎㅎ 쏟아지는 별을 보며 사막의 밤을 느끼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욕심을 버려야하는 것 같다. 그저 바라는 건 별탈 없이 안전하게 잘 다녀오는 것, 아프지 않을 것, 좋은 사람 1-2명이라도 만나는 것(행운), 모로코를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으면 하는 점 뿐이다.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려면 나도, 모로코도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