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_카사블랑카] 안녕 카사블랑카!






이스탄불 아덴시티 호텔에서의 조식은 굉장했다. 치즈와 햄 종류만 많고 특별히 먹을만한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터키 전통 음식부터 만국 공통 스크램블 에그까지~! 출발 30분 전에 무리해서라도 먹고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괜찮았다. 조식비까지 낸 사람들은 꼭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석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던 이 벌꿀판.. 난생 처음 보는, 그리고 난생 처음 해보는 벌꿀판 먹기 체험ㅋㅋㅋ 보통은 꿀을 담아놓고 떠가는 형태일텐데, 고객에게 최상의 신선품을 주고자 하는 마음인가보다. 칼로 긁어서 접시에 담아 모든 빵에 발라 먹었다.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셔틀은 35유로로 매우 비쌌지만, 떠나는 날까지 이스탄불을 여유롭고 즐겁게 기억하고 싶었기(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가다보면 바깥 구경도 어렵다) 때문에 아타튀르크 공항까지 가는 셔틀을 예약해뒀었다. 덕분에 아침도 든든히 먹고 천천히 출발할 수 있었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터키 항공 비행기를 탔는데 듣던대로 엄청난 시설을 자랑했다! 기내식도 맛있고 모니터도 좋고.. 게다가 운 좋게 비상구 좌석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양 옆에 모로코 남정네들이 자리를 쩍벌 하고 앉아서는 머리를 내쪽으로 기대고 자는 바람에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그래서인지 기내 사진이 1도 없다..) 그 와중에 자기 잘테니까 점심 오면 알려달란다. 뭐라는거지? 무례하고 건방져서 자는걸 냅두고 내 도시락만 받아 먹었다. 




약 4시간 정도를 날아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 카사블랑카는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이자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과 매우 비슷했다. 게다가 분위기도 비슷.. 첫 인상은 매우 아프리카스러웠고 쨍하고 거칠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뭔소리람) 처음 맡아보는 아프리카 국가의 냄새도 신기했다! 확실히 아프리카라서 그런지 엄청 찌고 더웠다. 길고 긴 줄을 거쳐 입국심사를 마친 뒤, 무사히 환전도 하고(중국인들이 뒤에서 껴들어서 당황), 유심 사는 도중에 한국분도 만났다. 




여행 첫 시작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반가웠는데 다행히 잘 받아주셨다. 이 분도 혼자 오셨다기에 마라케시에서 보길 약속하고 기차표를 사러 갔다. 에어컨이 나오는 1등석으로 샀다. 2시에 공항에 도착해 짐도 찾고 환전, 유심을 사는 등 일을 모두 보고 나오니 3시 30분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마라케시까지는 5시간(카사보야져까지 1시간, 카사보야져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밤에 도착해서 갈 자신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카사블랑카 모하메드V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된다.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시내 가기]



어쩔 수 없이 카사블랑카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움직이기로 했다. 카사보야져역에 내리니 정말 말 그대로 코 앞에 Hotel Al Walid가 있었다. 카사블랑카의 호텔들은 대부분 유스호스텔이나 호스텔 수준이지만 가격은 정말 호텔 값을 받는다. 그래서 기왕이면 교통 편리한 곳에 있는 곳으로 골랐는데, 카사보야져역과 정말 가까워서 좋았다.




카사보야져에서 다음날 마라케시로 출발하는 기차표를 산 후 호텔에서 체크인을 했다. 방에 짐을 내려놓고 나갈 준비를 하다보니 벌써 6시가 됐다. 트립어드바이저에 검색해보니 La Sqala 라는 곳이 평이 좋았다.




저녁을 일찍 먹고 오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카사보야져역에서 이 식당까지는 15~20디르함이면 충분하다. 50디르함을 부르는 할아버지에게 흥정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니 30을 불렀다. 20을 불렀더니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Okay Bye! 했더니 20디르함에 가잔다. 사실 20디르함도 싼 가격은 아니기에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 




흙빛 도시 길가를 지나 도착한 식당은 성벽 안에 있는 가게였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깔끔했다. 카사블랑카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편이라고 들었는데, 건물 내부까지 이렇게 호화스러우니 메뉴판을 아니 볼 수가 없었다.




타진은 전반적으로 140~160디르함 정도이고 샐러드는 50~80 디르함 정도, 디저트는 40~80디르함 정도로 역시나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도 첫 모로코 여행에서도 첫 여행지인데, 맛있고 좋은 걸 먹고 싶어서 안으로 들어섰다.




분위기는 정말 백점 만점! 이슬람 문화권 나라답게 색색깔 타일로 장식해놓은게 참 예뻤다.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안쪽엔 사람들이 많았다. 




안쪽에 분수가 있는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는 나중에 알고 보니 흡연석이었다. 밥 먹고 있는데 누가 담배를 펴서 쳐다보았으나 여긴 한국이 아니라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테이블과 자리만큼은 예쁘다. 옆에 있는 분수에서 물이 쪼르르 나오면 그렇게 상쾌한 기분이 들 수가 없다. 




이곳에서 나의 첫 타진을 먹었다. 양고기 타진과 소고기 타진이 품절이라고 해서 치킨 타진을 주문했다. 주문 후 기본찬(?)으로 2가지 소스와 올리브, 빵이 나왔는데 빵.. 왜 빵을 먹는 나라의 빵은 이렇게 맛있는거쥬.. 타진이 오기 전에 빵을 다 먹어버릴 뻔 했으나 이성을 찾고 몇 입 뜯고 기다렸다. 올리브와 먹어도 맛있고, 약간 스파이시 한 저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두둥 치킨 타진이 나왔다. 맨 위에는 우리나라 요리에서의 고명처럼, 마리네이드한 레몬이 올려져 나왔다. 겉으로 볼 때엔 양도 꽤 많아 보였고, 냄새도 좋았다. 음식이 왔는데 바로 먹지 않고 사진 찍고 냄새 맡고 요리저리 살펴보고 있으니 종업원이 알 수 없다는 듯이 웃어주고 지나갔다.




세상에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맨 위에 있는 레몬부터 먹어보니, 소금에 절여진 레몬인 듯 했다. 짭쪼름하고 상큼하고 달콤하기까지 해서 치킨 살과 함께 먹으면 딱이었다. 약간 노란 빛을 띄우는 것은 사프란과 큐민 가루를 섞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릇에 올리브유가 가득했지만 '이건 살 덜찔거야' 라고 최면을 걸며 치킨을 촉촉히 적셔가며 먹었다. 치킨 타진을 먹고난 후 진지하게 모로코는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기대를 했다. 큐민 향도 너무 좋다. 물까지 해서 150디르함을 내고 왔다.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맛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웠다.




슬쩍 보니 핫산 2세 모스크까지 멀지 않은 것 같아 밥도 먹었겠다 걷기로 결정했다. 가다 보니 릭스 카페도 나왔다! 영화 촬영지 배경과는 상관 없이 재현만 해둔 곳이라고 하던데, 음식맛이 쏘쏘라고 들어서 일부러 가지 않았다. 공원(?) 같은 곳을 지나 계속 걷고 걷는데 허허.. 보행자 도로 따윈 없는 곳을 2-30분 정도 걸으니 겨우 모스크가 보였다. 




거리에 상관없이 도보가 없어서 차가 오는 방향을 마주보고 걸었더니 피로함이 엄청났다.(뒤에서 차가 오는게 더 위험하니 앞으로 마주보고 걷는게 그나마 낫다. 내가 반응할 시간도 있고..) 게다가 도로가 아닌 곳은 모두 돌무더기이거나 쓰레기 천지거나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 무리로 가득차 있어서 여자 혼자 걸으면서 진땀 꽤나 뺐다. (혼자라면 그냥 택시를 타길 추천한다.) 둘이 여행한다면 이것도 낭만이겠지만, 혼자서는 모든 상황이 현실이다. ㅎㅎ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뉘엇뉘엇 져 갈 때 쯤이었고 이곳에서 핫산 2세 모스크의 야경을 봤다.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서 모스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어둑어둑해지는 모스크의 모습도 보고,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는 것도 봤다.




셔터스톡 사진으로만 보던 핫산 2세 모스크의 실제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내 카메라를 들고 튀지 않을 것 같은 할머니에게, 또는 중국인 커플들에게 부탁해서 겨우 내 독사진도 기념으로 남길 수 있었다. 혼자 여행 오면 본인 사진 찍는게 가장 어렵다. 그렇다고 삼각대 들고 다니기는 짐이 많았다. 안그래도 등에 산만한 배낭 멨다고 주변에서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여기가 오사카나 파리이면 모를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우글거리는 중국인들은 모두 삼각대를 챙겨와서 재미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혼자 여기까지 와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3년전부터 오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모로코에 온 것도 감동, 첫 도시에서 보게 된 모스크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에도 감동! 이제서야 카사블랑카에 온 실감이 났다.




혼자 온 현지인들도 꽤 많았다. 가족 관광객들도 많고, 커플도 많고, 혼자 온 사람들도 많고! 




엄마와 함께 온 애기도 잔뜩 신이 났다. 엄마랑 숨바꼭질 한다고 저러고 있던데, 적어도 장애물이 있는 곳에 숨어주지 그랬니. 쭈그리기만 하고 귀여웠다. ㅋㅋ







핫산 2세 모스크에 불빛이 들어오고, 밤은 완벽하게 어두워졌다. 그래서인지 푸른 빛과 노란 빛이 어울려 그림 같은 장관이었다! 




외국인이나 이슬람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모스크 투어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낮 시간대에 끝이 났다. 그래서 이렇게 먼 발치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 http://www.fmh2.ma/ 에서 투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동만 하기에는 너무 칠흙같이 어두워져있었고, 혼자 택시를 타고 다시 숙소로 가는 것이 걱정됐다. 둘이 왔으면, 혹은 단체로 왔으면 보고 싶을 때까지 보고 함께 이동하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여자 홀로 왔으니 너무 늦게 들어가기엔 불안했다.




모스크 입구에서 달려가던 택시를 잡아 탔고, 미터기를 켜달라고 해서 10 디르함 정도로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올 때와는 다르게 미터기를 켜니 택시비가 반값이 된다.. 어둑어둑한 길을 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건 정말이지 긴장이 됐다. 그래도 옆 아저씨를 최대한 믿고 왔다. 아저씨 막연하게 두려워해서 미안합니다..




숙소에 도착해 생각해보니 마라케시로 가는 기차에서 먹을 간식거리(는 중요하다)를 사지 않아, 다시 택시를 타고 Techfine Center로 향했다. Hotel Al Walid 아저씨는 걸어갈만한 거리라고 했지만 절대 아니었다. 택시를 타기를 정말 잘했지, 타면서 가보니 굉장한 골목이었다. 미국 할렘가를 본 적은 없지만 할렘가의 10배는 무서워보이는 곳이었다. 이곳을 여자 혼자 걸어갔다가는 아무 마음 없었던 사람들도 강도질을 할 것만 같은 분위기.. 현지인들의 거리 감각은 역시 한번쯤 의심해 볼 만 하다. 테크파인 센터까지는 미터기로 5디르함이 나왔지만 최소 금액은 내야 한다고 하기에 7.5디르함을 냈다.




테크파인센터는 마치 영등포 타임스퀘어 같은 쇼핑몰인데, 옷도 팔고 신발도 팔고 전자제품도 팔고 큰 마트도 있는 곳이었다. 신문물에 매우 마음이 놓였고 이곳에서 과자와 음료를 샀다. 




유럽 국가와는 다르게 빵 종류나 채소, 과일 등의 신선품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사고 싶은 맘 1도 들지 않았음.. 그나마 치즈는 포장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는데, 이것도 가방 속에서 짐이 될 것 같아 패스했다. 기차를 타고 마라케시로 갈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내일도 쉬운 날은 아닐거란 생각에,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모로코에서의 첫 하루는 아름답고 쇼킹했지만 긴장도 100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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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스세븐 2017.11.08 08:33 신고

    영화 때문에 카사블랑카에 가보고 싶었는데, 덕분에 눈으로나마 여행하고 옵니다. ^^

    • HJinny 2017.11.08 08:42 신고

      영화 분위기와는 달랐지만 카사블랑카 도시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로코_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시내 가기




대부분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2번-환승까지) 마라케시까지 가곤 하지만, 카사블랑카 자체에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마라케시에 늦은 밤 도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여자 혼자서 여행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 여지를 두고 싶진 않아 카사블랑카에서 1박을 했다.


카사블랑카의 모하메드V 국제공항에서 관광지나 메디나가 있는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고 모두 기차를 타고 간다.


1. 카사보야져(Casa Voyageurs)역으로 가는 방법

공항에서 기차표를 살 때 Casa Voyageurs 로 간다고 말하고 해당 플랫폼으로 가면 된다. 카사보야져는 공항에서 마라케시로 갈 때 중간 경유지인데, 카사블랑카에서 하루 머물고 갈 예정이라면 이곳에 내리면 좋다. 공항-카사포트-카사보야져-마라케시, 대충 이런 순서로 이동하기 때문에 좀 더 늦게 출발할 수 있다. 카사보야져까지는 자유좌석이지만, 마라케시로 갈 때엔 1등석으로 사면 좌석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전 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타더라도 상관 없다. 카사보야져역에서 핫산 2세 모스크까지는 택시로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2. 카사 포트(Casa Port)역으로 가는 방법

카사 포트역에서는 핫산2세 모스크가 더 가깝다. 주요 호텔도 이곳에 몰려 있다. 예를 들면 쉐라톤이나 이비스..? 카사보야져보다 좀 더 번화가이지만 이곳에서도 핫산 2세 모스크까지는 택시로 약 5~7분 정도가 걸린다. 게다가 택시 기사들이 카사보야져역에 있는 기사들보다 더 독하달까..? 여행 시작 때에는 카사보야져에서 하루를 보냈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 하루는 카사 포트쪽에서 머물렀는데, 핫산 2세 모스크까지 거리는 가깝지만 택시비는 더 비쌌다. 흥정도 거의 싸우다시피 할 정도로 독함..




**참고

카사블랑카 모하메드V 국제공항에서는 웬만하면 유심을 사지 않길 추천한다. 내 경우 공항 내 Maroc Telecom에서 파는 유심이 6기가짜리 밖에 없었고, 150디르함인데다가(비쌈) 6기가라고 사기를 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데이터 이용이 금방 끝나버리기도 했다. 도착한 날 하루나 그 다음날까지 정도는 국내 통신사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시내에서 유심을 사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다. 환전의 경우 공항과 시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끝자리 숫자 1, 2 달라진다고 금액 크게 변하지 않으니, 불안한 사람들은 안전하게 공항에서 일부 환전하는 것도 좋겠다.




공항 도착층 아래에서-도착한 층에서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기차표를 사고 탈 수 있다. 1시간에 1번 떠나는 기차인데, 출발시간이 이상하게 분 단위이다. 32분.. 기차 출발 시간이 매번 같은지는 모르겠으니 모로코 철도(ONCF)에서 확인해보는게 좋겠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중앙에 이렇게 떡하니 표 사는 곳이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2등석으로 끊어주니, 1등석을 원하는 사람들은 꼭 first class라고 얘기하자. 가격 차이 별로 안나는데, 그나마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앉아 있는게 낫지 않을까..싶다. 2017년 9월 29일 기준으로는 카사보야져역까지 64디르함이었다.(2등석은 45디르함)




내가 끊은 기차표! 오른쪽 상단에 1등석인지 2등석인지가 나오고 중앙 상단에 날짜, 그리고 그 밑에는 Train No.로 탑승 플랫폼이 안내되어 있다. 불어와 아랍어 둘 다 못하기 때문에 이런걸 제대로 보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숫자는 위대하다. 게다가 단어들도 영어랑 비슷한 느낌? Price 대신 Prix! 모르겠으면 직원한테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


짐 들랴, 표 보면서 자리 찾으랴 경황이 없어서 기차를 찍지 못한게 아쉽다. 기차는 우리나라 무궁화 열차가 앞으로 10년 정도 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너무 고물은 아니다.(오바 좀 보탬)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시내로 가면서 들르는 역 순서는 이렇다. 카사블랑카 공항 > 카사 포트 > 카사보야져 > 등등.

그 사이에 다른 역들도 많으니, 순서만 참고하면 좋겠다.




약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카사보야져역! 생각보다 깔끔하고 예쁘다. 여행 좀 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착한 역에서 다음에 출발할 표를 미리 끊어두는게 기본! (그도 그럴 것이, 모로코는 이거 아니면 타고 갈 게 없다..)


카사블랑카 자체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핫산 2세 모스크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2일 머물러도 좋다. 덜렁대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바쁘게 여러 곳을 여행하는 것보다는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더라도 원하는 도시에서 최소 3일씩은 머물면서 천천히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카사블랑카에서의 하루,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다시 돌아본 하루, 총 2일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꼭 한 번 머물러 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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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여행_이스탄불] 5년만의 재회




5년전 첫 나홀로 배낭여행을 떠나 약 5주동안 터키 중서부를 돌아다녔다. 터키 여행 후 5년동안 계속해서 다시 터키로 돌아가는 꿈을 꿨는데, 이번 모로코 여행에서 경유를 통해 이스탄불에 다시 올 수 있게 됐다.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스탄불의 모습에 여행 시작 전부터 여간 설레는게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터키항공으로 카사블랑카에 가는 스케줄이었다. 예전에 탔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후 4시 10분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아쉽게도 연착으로 1시간 늦은 5시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에서의 시간은 1분 1초가 소중했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도 안전하게 도착한 게 어디냐고 생각하고 재빨리 입국심사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래전 일인데도 모든게 너무 익숙했다.




다음날 오전 11시 비행기로 카사블랑카에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저녁 일정은 술탄 아흐멧 지역에서 보내려고 했다. 익숙하게 메트로 타는 곳으로 간 후, 제이틴부르누역에 내려 트램으로 환승했다. 5년 전보다는 동양인을 덜 쳐다본다. 그 땐 황송할 정도로 쳐다보는 눈빛에 조금 불편했는데, 이번엔 서울 지하철처럼 노관심! 드디어 술탄 아흐멧 지역에 내렸는데 꿈 속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등 뒤에는 산만한 배낭을 메고 술탄아흐멧 광장을 활보하며 뛰었다. 누가 보면 미친 줄 알았겠다..




정신을 차리고 저녁을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우선 숙소로 갔다. Arden City Hotel이었는데, 지난번은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이번엔 호텔이라는 점에서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나름 돈 버는 직장인..) 로비는 그런대로 예뻤지만.. 객실 내부는 게스트하우스랑 크게 다를 것은 없는 것 같았다.(물론 조식이 매우 아름답고 맛있었다!!)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작은 가방을 꺼내 지갑과 카메라만 들고 나왔다.




이스탄불에서는 구글지도가 필요 없었다. 지난번 여행 때 8일 정도 이스탄불에만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밤에 멀리 갈 일도 없고..) 대부분의 길을 알고 있었다. 90년이 넘는 전통이 있다는 괴프테 가게로 들어서자 냄새도, 사람도 모두 반가웠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지난 방송을 보며 다시 이곳에 올 날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지글지글 숯불에 구워 나온 괴프테는 역시나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쌀쌀한 날에 먹는 괴프테 맛은 또 달랐다. 게다가 저녁때가 지났는지, 아니면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에 사람이 많이 없는 상태라 여유롭게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오동통하고 육즙이 가득한 괴프테를 먹으며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내가 나이를 들었다는 점 빼고는 변한게 없는 것 같았다.(씁쓸)




아직 이스탄불에서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기에 식사 후 에미뇌뉘로 향했다. 트램을 타는 것보다 귈하네 공원을 지나쳐 걷고 싶어서 그대로 걸었다. 가는 길에 로쿰 가게에도 들러보고, 이스탄불의 모습을 눈에 더 담으려고 했다.




해가 진 후 도착한 9월말의 에미뇌뉘는 바닷바람으로 쌀쌀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서 춥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딱 한국 가을 날씨 같았다. 7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커다란 선박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 시간에도 보스포러스 해협 투어가 있는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다. 어서 저녁 2차를 하기 위해 갈라타 다리로 갔다.




5년전 방문했던 고등어케밥집(BALIK NOKTASI)으로 갔다. 낚시 하는 사람들의 낚시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보이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5년전 만났던 웨이터가 다시 내 주문을 받았다. 에페스 한 잔과 고등어케밥을 주문해놓고 웨이터와 이야기를 했다. 첫사랑 같은 터키에 다시 오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드디어 나온 고등어케밥을 한 입 물자 지난 여행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번엔 분명히 모로코를 여행하러 왔고, 이곳은 몇 시간밖에 있지 못하지만 이스탄불의 매력은 여전히 매우 치명적이었다. 바다를 보며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터키 여행을 곱씹었다. 꿈으로 오는 것보다 실제로 와보니 더 행복했다. 왜 진작 이곳을 다시 여행하는 걸 생각 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좋으면서 왜 이제서야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와 함께 올 계획도 했지만 엄마가 배신하고 고모할머니와 가신 적도 있었다. ㅋㅋ 고등어케밥은 1차 저녁으로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으로 다 먹을 수 있었다.




에페스 맥주로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올라왔고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술탄아흐멧 광장으로 돌아왔다. 5년전 우연히 만났던 한국인 친구와 마지막 여행을 마무리하며 아야소피아 성당에서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언제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라는 이야기였다. 가만히 앉아 성당과 블루모스크를 바라보는데, 그 친구가 매우 보고싶었다. ㅎㅎ




마지막으로 돈두르마를 먹고 사진을 찍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이스탄불에서의 허락된 시간은 딱 여기까지! 꼭 다시 오기를 마음 먹고 모로코여행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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