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_마라케시] 쿠킹클래스 in 마라케시(2일차)






아침에 눈을 뜨니 새소리가 가득했다. 마치 어느 국립공원이나 휴양림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쾌한 소리였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세수도 하고, 선크림을 챠덕챠덕 바르고 눈썹도 심혈을 기울여 그리고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새소리를 BGM으로 정갈히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 카디자가 차려주는 모로칸 전통 식사로 아침을 맞이했다.




모로코 사람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는데, 빵과 여러 종류의 잼이나 치즈를 발라 먹는다. 그리고 오렌지 주스는 무조건 착즙으로 짜서 주는데, 아프리카에서의 오렌지는 당도 300%라 주스 맛이 꿀맛이다ㅠㅠ 잼도 대단한 맛이다. 그 흔한 딸기잼도 딸기 향이 200% 업그레이드 되어 착향료 먹는 줄 착각할 정도로 풍미가 대단했다. 나머지 이름을 까먹은 과일잼과 선인장 잼도 맛있었다. 버터와 잼을 같이 발라 먹으면 이곳이 바로 세상 천국.




오늘은 숙소에서 쿠킹클래스를 하는 날이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에는 마라케시를 둘러볼 예정이라 수업 전에 사막투어를 신청해야했다.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아침을 음미하고, 9시 30분쯤 나왔다. 첫 날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MIFTAH ABDELGHANI TOUR로 다시 찾아가서 내가 사막투어를 하는 날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는지 알아볼 셈이었다. 숙소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아침 풍경!




투어회사로 가서 몇 명쯤 모였는지 물어보자, 아직 모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기간이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어느정도 올 지는 모르겠으나 매번 투어는 15명이 꽉 찬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 사장(?)은 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고, 여자 혼자 여행하면서 걱정되는게 많은걸 안다고 했다. 어딜 가나 비슷한 조건일 것이며, 만약 택시를 태워주는 투어가 있다고 해도 가격은 동일할 것이라고 했다. 본인들이 꼭 택시를 찾아줄 것이며 페스로 같이 갈 사람들을 찾아줄 것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코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는 아니었다. 본인들이 보장할테니 걱정 말라는 식도 아니었다. 그냥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런데 이렇게 하는게 어떤지 제안 하는 정도? 절박함이 없어 묘하게 신뢰감이 들기도 했다..)


여러 투어 회사를 알아보면서 지치기도 했고, 사장이 자기 휴대폰번호와 택시를 꼭 찾아줄 것을 약속해주는 것을 보고 이곳에서 투어를 신청해버렸다. 아.. 알아보고 다니는 것도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마치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색깔, 가격을 찾아 헤매며 쇼핑하는 기분이었다. 사막투어를 신청하고 나오니, 발걸음이 매우 가벼웠다.




그러다가 혹시나 해서-항상 혹시나가 문제다. 이미 투어 회사를 다 결정해버린 마당에 도대체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알고 싶은 '정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마지막으로 한 군데의 투어회사에 더 들러봤다. 역/시/나, 마지막에 들른 곳에서는 사막투어 이후에 '보장하고' 택시와 동행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하라 익스페디션의 분점이었는데, 본점에서 그런 프로그램은 어딜가도 찾을 수 없다고 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곳 위치와 정보는 아래 글에 작성해뒀다. 어찌됐든 투어비를 모두 지불하고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돌아가서 환불해달라면 해줬겠지만) 아쉬웠지만, 내 (굉장히 많은) 질문을 다 받아주고 친절히 답변해준 것이 고마워 그냥 그대로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 마라케시 사막투어 선택하기





리야드에서 진행되는 쿠킹 클래스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저렴하고, 조금 더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나까지 포함하여 3명이 신청을 했는데, 독일에서 온 러블리한 부부가 있었다. 스티브와 프랑스였는데, 프랑스는 본인 이름이 그 '프랑스(france)'가 맞다고 했다. 독일에 살지만 영국인들이어서 영어 발음이 매우 교과서적이고 알아듣기 좋았다. 시장으로 출발하기 전 어제 구입했던 빨간색 젤라바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모두가 칭찬해줬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복 입고 나온 거랑 똑같은 것이었지만 이게 바로 외국인의 특권 아닌가. 남의 나라 전통의상을 내 옷 입듯이 입을 수 있다는 게 이방인들의 장점이다. ㅎㅎ




11시가 되자 리야드 주방장 카디자와 모두 함께 리야드를 나섰다. 근처 작은 수크에서 현지 식재료를 팔고 있었다. 음식의 메인이 될 닭고기부터 사러 갔다. 작은 닭고기 가게였는데, 생닭고기가 늘어져 있고 뒷편으로는 살아있는 닭들이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잔인한(?)구조였다. 닭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곳이었다..

 




얼른 닭을 사고나서 카디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다양한 식재료를 구경했다. 감자, 당근 등은 우리나라와 똑같았지만 민트 잎이나 고수, 올리브와 향신료들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신기해 현지 시장 신기해.. 





향신료 가게에서 본 소금에 마리네이드 한 레몬, 그리고 헤리사(Harissa)라는 소스는 정말 독특했다. 레몬은 세상 짠맛이면서도 상큼했고, 헤리사는 우리네 고추장과 비슷하지만 좀 더 들큰하고 맵지 않았다. 카디자가 이 소스를 나에게 먹이곤 반응을 살폈는데, 매운 걸 먹지 못하는 나도 전혀 맵지 않다고 하니 모두 신기해했다.





마지막으로 숙소 근처에 있는 굴에 들어갔다. 다들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더니 그곳은 굴이 아니라 '빵굼터'였다! 커다란 화덕 하나에 빵을 반죽해서 넣고 꺼내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우리는 바로 나온 빵 몇 개를 구입하고 나왔다. 식기 전에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설렘과 함께><





모든 재료를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카디자가 피망과 토마토를 불에 그을려서 껍질을 벗기고, 피망을 야들야들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살벌하게 불에 그을리는 이유는 불 향을 머금게 하고 껍질을 쉽게 벗기기 위함이라고 했다. 




닭고기를 씻고 생강 가루와 우유에 재워놓는 동안 스티브와 나는 고수를 손질하고 다졌다. 한국에서는 고수를 한 입도 먹지 못했는데 다지는 과정에서 향이 정말 좋게 느껴졌다. 프랑스는 이름답게 불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알아서, 카디자에게 모든 설명을 듣고 영어로 번역도 해줬다. 




양파를 갈 때에는 국적을 떠나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울었다.




고수 다지기도 마무리 하고 모든 재료를 손질한 후 재워둔 닭고기를 인원수에 맞게 분배했는데, 닭 근위(닭똥집)를 아무도 안먹는다기에 내가 먹겠다고 했다.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설명해주자 한 입씩 먹어보겠다고 했고 스티브와 프랑스의 접시에 나눠줬다. 





준비한 재료로 양념을 만들었는데, 양파 물과 고수, 큐민과 사프란 등을 넣고 소금에 절인 레몬 속을 긁어 넣었다. 껍질은 타진의 가장 맨 위에 고명처럼 올라갈 예정이라 속만 긁어서 넣었는데, 슬쩍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요리인데 정말이지 친숙했다.




열심히 만든 양념을 닭고기에 발랐다. 모로코도 양념을 만드는 과정이 요리 과정의 절반이나 차지한다. 양념에 정성을 쏟는만큼 맛있는 요리가 될 것 같아 기대감이 커졌다.




각자의 타진 그릇에 다진 양파를 두고 그 위에 닭고기를 올렸다. 남은 양념으로 이불을 만들어준 후 사뿐하게 타진 뚜껑을 덮고 기다렸다.




카디자가 토마토 껍질과 레몬 껍질로 만든 꽃 장식! 금손이 따로 없다.





기다리는 동안 전통 모로칸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그 방법도 두 가지였다. fresh하게 먹거나 익혀서 먹는 것! 손질해뒀던 토마토와 피망, 고수를 넣어 만드는 것이었는데, 살짝 맛을 보니 소금과 큐민으로만 간을 맞춰도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샐러드를 올려두고 테이블을 셋팅하는 사이에 모든 요리가 완성됐고 카디자가 음식을 하나 둘 가지고 나왔다!




두둥! 이것이 진정 우리가 만든 것인가@ㅁ@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로코의 전통 요리 치킨 타진이 주인공이었고, 프레시 모로칸 샐러드와 익힌 모로칸 샐러드가 사이드 디쉬로 존재감을 뽐냈다. 예쁜게 먹기도 좋다는데, 카디자의 장식 솜씨가 없었으면 덜 맛있었겠다.. 이 모든 과정을 귀찮은 기색 없이 친절히 알려준 카디자에게 감사함을 표했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각자의 접시를 비워냈다. 닭근위는 생각보다 맛이 좋다며 호평을 받았다. 여태껏 먹어본 치킨 타진 중에 제일 맛있었다.. 치킨 살이 무슨 한국 토종닭 살처럼 쫀득하니 식감이 좋았다. (아까 정육점 잔인하다고 한 거 왜그런거..) 익힌 모로칸 샐러드와 프레시 샐러드도 모두 넘나 맛있었다. 레몬과 소금으로만 간을 한 건데, 이미 그 자체로 완벽했다. 다 흡입해버리고 나니, 프랑스가 나보고 그게 다 어디로 들어간거냐고 물었다. ㅋㅋㅋ




스티브와 프랑스는 조금 피곤해서 낮잠을 잘 거라고 했다. 나는 시간 가는게 아까워 마라케시의 오후를 즐겨보기로 했다. 11시에 시작한 클래스가 끝나고 3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는데, 아나스에게 물어 포토그래피 사진 전시장(Maison de la Photographie)알리 벤 유세프 메데르사(Ali ben Youssef Medersa)를 가기로 결정 했다. 유세프는 가는 길이 복잡했지만 아나스가 알려준대로 가니 길이 어렵지 않았다. 나도 만약 현지인이었다면 이 복잡한 골목골목을 다 꿰뚫고 있었을까@.@




유세프는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스페인에 가본 적이 없어 큰 감흥은 없었다. 그것보다 이곳이 교육 기관이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모로코 사람들은 이렇게 예쁜 건축물에서 공부를 했다니..





많은 학생들이 공부했다는데, 수많은 교실과 기숙사 같아 보이는 방이 참 신기했다. 각 방에는 창문이 하나씩 있었는데 그 창문으로 건너편 방이 보이기도 했다. 아니 무슨 창문 하나를 만들어도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읍니끄아..




건축물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타일의 문양도 그렇고 장식품도 모두 아름다웠다. 터키 여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아름다운 이슬람 문양도 이슬람 국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쪽빛과 파란색, 초록색이 엉켜서 정교한 문양을 그리고 있는게 정말 아름다웠다.




2층 창문 정 가운데에서 빨간색 두건을 두르고 화보촬영 하는 것처럼 하루종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인이 진상이란 생각을 했지만, 나도 누군가와 함께 와서 같이 사진 찍어주고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이럴 때에는 혼자 여행하는게 쓸쓸한 것 같다. 스페인 여행객들에게 부탁해서 내 사진도 찍었다. 쿠킹클래스 직후에 바로 와서 빨간 젤라바가 초록빛 타일과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유세프를 뒤로 하고 나와 사진 전시장으로 향했다.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곳인데, 마라케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 도보로 접근하기 쉬운데다가 인물사진을 찍기 어려운 모로코에서 다양한 인물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 보러 가는 길. 마라케시의 골목은 그냥 봐도 아름답지만, 여기에 사람이 있어야 더 아름답다. 마라케시에서는 구글맵이 소용 없다는데, 근거리 이동할 때에는 매우 유용했다. 유세프에서 포토그래피 사진 전시장으로 가는 길을 아주 똑부러지게 알려줘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맵도 잘 되겠다, 해도 아직 중천에 있겠다, 아주 걸음에 자신감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었는데, 5분이 조금 넘는 거리였지만 아주 거침없었다. 자신있게 도착해보니 입장료가 40디르함이나 한다. 유적지도 아니고 무슨 입장권이 이렇게 비싼가 싶어서 잠시 뒷걸음질 쳤지만 안그래도 인물사진 찍기 어려운 모로코에서 인물 사진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들어갔다. 게다가 마라케시까지 와서 그깟 40디르함(약 5천원) 아끼자고..






사진들은 꽤나 볼만 했고 여기 트레이드마크인 베르베르족 아저씨의 사진도 봤다. 옛 모로코인들의 얼굴을 보니 뭔가 아련하면서도 신기했다. 조선시대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로코인들의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인물 사진 찍기 힘든 모로코인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정말 좋았다. 게다가 기념 엽서나 자석 등도 판매했다. 럭키!




오후가 되가면서 날씨는 더욱 더워졌는데, 다행히 옥상에 테라스 카페가 있었다. 사진 구경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러 올라갔더니, 서양인들이 햇빛을 향해 앉아있어서 그늘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국 같았으면 사람들이 모두 그늘에 몰려 앉고 햇볕이 드는 자리가 비어 있었을텐데, 이럴 땐 동양인이라 좋다. ㅎㅎ




적당히 풍경도 보이고 아잔 소리도 들리고 나른해졌다. 민트티와 미네랄 워터를 시켜놓고 언니랑 스카이프 통화를 했다. 두바이에 있는 언니는 어떻게 자신을 두고 모로코를 갈 수 있냐고 잔소리를 했지만 은근 부러워하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오래 통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보니,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내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여행이 좋다. 쫓기지 않고 가고 싶으면 가고, 멈추고 싶으면 멈출 수 있는 여행! 한국에서는, 현실에서는, 잠시라도 멈추면 뒤쳐지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정신 차리지 않고 뭘 하고 있냐고 '걱정거리'가 되기 일쑤인데(스스로도 나를 그렇게 질책하는데), 여기에서는 시간을 내가 원하는대로 보낼 수 있다. 점심시간이라서 점심을 먹는게 아니라, 배가 고파져서 밥을 먹고, 아직 해가 떠 있고 밤이 되기 전까지 시간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돌아다니고 싶으면 여기까지만 걸으면 된다. 게으른듯 보이지만 오히려 정신은 온전해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잠시 숙소에서 쉬기 위해 다시 숙소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길의 잔상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중간에 나타나는 수크(노마드 표지판의 왼쪽 수크)가 큰 이정표가 되었다. 속으로는 조금 헤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집으로 돌아가듯 리야드로 와, 내 방으로 올라가서 짐을 풀고 쉬었다. 에어컨과 음악을 켜두고 흥얼거리면서 남자친구와 통화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옥상에 올라가서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끄적이기도 했다.




쿠킹클래스의 여파로 배가 꺼지지 않았는데 7시쯤 되니 배가 슬슬 고파졌다. 오늘은 아사드와 아나스가 추천한 오스카 프로그레스(Oscar Progress)를 가 볼 참이었다. 자마 엘 프나 광장을 지나서 더 가야 했는데, 야시장의 여전한 모습도 구경했다. 마치 우리동네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겨우 찾아간 오스카 프로그레스! 현지인이 추천한 맛집답게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았다. 동양 여자가 와서 주문을 하겠다고 손을 드니 굉장히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그렇게 쳐다보는 이 사람들이 신기했다. 쿠킹클래스의 영향으로 저녁 메뉴는 소고기 스테이크로 시켰다. 무슨 고기를 이렇게 맛있게 굽는지, 버터에 굽고 소금만 뿌린 것 같은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파인애플 맛 음료수까지! 얼마나 맛있었는지 사진이 1도 없다. =_=..




돌아오는 길에 한 헤나! 아주머니와 가격 흥정을 하다가 텐! 이러길래 10디르함인줄 알고 오케이 라고 했더니, 다 하고 나서 10유로란다. 모로코 물가에서 10유로면 100디르함 정도인데, 헤나 한 번에 100디르함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난 최대한 안타까운 얼굴로 디르함인줄 알았다고 말했고, 지갑을 보여주며 13디르함을 건네 주었다. 작년 런던에서 공짜로 그린 인도 헤나보다 예쁘지도 않은데 100 디르함이나 낼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고 말이다.



돌아오니 아브도와 아사드가 있었고, 같이 얘길 하다가 그들이 점심에 먹었던 레스토랑의 감자튀김에 대해 얘기했다. 오늘 먹은 곳인데 정말 맛있었고 괜찮다면 내일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내일은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고 말하니, 내일(수요일)은 카디자가 쉬는 날이랬다!!ㅜㅜ 그래서 쿠킹클래스가 안되는 날이 있었군.. 어쨌든 그리하여 다음날에는 마라케시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으러 함께 가기로 했다. 그 때 아사드가 말하던 ‘박’씨 한국인이 왔다. 키가 큰 아저씨였다.


사막투어를 마치고 와서 오늘 하루 자고 다음날 스페인으로 가신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으니 아사드와 아브도가 자리에 앉아 얘기하라고 의자를 내줬다. 리야드 로비에서 얘길 하는데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은 광화문 KT에서 근무하시던 것! 나는 종각에 있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사막투어 할 때 주의할 점이나 각오할 점(?) 등을 얘기해주시곤 내일 간식거리를 챙겨주신다고 했다. 아브도가 타 준 민트티를 다 마시고 내 방으로 올라왔다. 벌써 10시가 다 되어갔다.





침대 머리맡 테이블에는 열쇠와 자물쇠, 팔찌 등을 놓았고 물과 음료수도 놓았다. 여기 오래 있지는 못하지만 이 자리는 이런 것을 두는 자리로 정했다. 머리맡 등은 켜놓고 침대 커튼을 내렸다. 은은한 불빛이 천장을 메꾸고 잠들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날 침대 밑에서 뱀이 나와서 내 양쪽 종아리를 물어버리는 꿈을 꿨다. 아프지도 않고 피도 나지 않았지만 여간 놀란게 아니었다. 찾아보니, 좋은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겁 많은)사람으로서는 꽤나 불안했다. 게다가 모레는 사막투어도 하는 날인데..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모로코_마라케시] 마라케시 사막투어 선택하기






마라케시는 사막투어를 시작하는 곳으로 가장 유명하다. 페스에서 시작해서 마라케시로 오거나 페스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많은 투어 회사들이 마라케시에 몰려 있어 프로그램을 살펴보거나 가격 흥정을 하기에 좋다. 페스에서 사막투어를 하면 소규모로 할 순 있겠지만 알아볼 사항이 너무 많기도 해서(투어 회사가 많지 않아서 선택의 폭이 많지도 않다.) 대부분 마라케시에서 투어를 신청한다. 사람 많이 몰리는 곳에 노이즈(불만)도 많지만, 그만큼 정보가 많기도 해서 편리하긴 하다. 메르주가로 직접 가서 거기서 투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라케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메르주가 코스는 제외하며, 2017년 10월에 다녀온 투어를 기준으로 정보를 남긴다.


마라케시에서 사막투어를 선택할 때 3가지를 미리 알아두고 가길 추천한다.


1. 사막투어 종료 후 행선지 선정

2. 사막투어 회사 알아볼 때 고려할 점

3. 사막투어 추천 회사




1. 사막투어 종료 후 행선지 선정


마라케시에서 사막투어를 신청할 때 투어 종료 후 행선지에 따라 2가지 옵션이 있을 수 있다.


① 마라케시 출발 > 2박 3일의 사막투어 > 마라케시로 복귀 (투어 회사에서 데리고 마라케시로 이동. 투어에 포함되는 일정)

② 마라케시 출발 > 2박 3일의 사막투어 > 페스로 이동 ('나는 페스로 갈게' 하고 개별적으로 이동)


모로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사막투어만 할 경우, 투어가 끝나고 마라케시로 돌아가도 좋겠지만 투어 후에 바로 페스로 갈 예정이라면 괜한 시간낭비가 아닐 수 없다. 웬만하면 마라케시 관광은 사막투어 전에 모두 마치고 바로 페스로 이동하는게 가장 좋은데, 문제는 페스로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는 점! 다시 마라케시로 돌아와서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로 빠지는 경우라면 상관 없지만, 모로코에서의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면 페스로 바로 가는게 시간 절약에 좋다.


여러명이 함께 여행을 왔을 경우에 택시 승강장에 내려 함께 택시를 타고 비용을 쉐어하면 된다. 그런데 혼자 여행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같이 페스로 갈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사막투어 같은 그룹에 없으면 다른 그룹까지 알아봐야 한다.) 동행이 없으면 혼자 택시를 타야 하는 모험도 해야 한다. 웬만하면 투어 전에 함께 이동할 동행을 구해서 같이 사막투어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 모로코 여행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찾고 현지에서도 찾았지만 결국 혼자 출발했다. 혼자 가는 사람이라면 아래 경우의 수를 생각해두자.


*사막투어 버스 기사에게 택시 승강장에 내려달라고 요청 > 승강장에 내려 페스로 가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야 함. > 동행이 없다면 혼자서 택시를 타거나,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이동 후 심야버스를 이용해야 함. (혼자 긴 시간 동안 택시를 타기에는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님)




2. 사막투어 회사 알아볼 때 고려할 점


1) 삐끼를 유용하게 활용하자. "메르주가? 데져트 투어? 사하라?" 라며 접근하는 삐끼들을 경계할 필욘 없다. 보통 투어회사에서 나오는 사람들인데, 투어 회사가 간판을 크게 달고 있는게 아니라서 찾기가 은근히 어렵다.


2) 사진만 믿고 넘어가지 말자. 투어 일정을 설명하면서 보여주는 사진은 보통 대부분의 회사가 같은 사진이다. 이 회사에서 시설 좋아보이고 음식 좋아보이는 사진을 보여준다고 그곳이 꼭 좋은 곳이라는 것은 아니다. 여기나 저기나 서로 같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사용하는 것 같다. 


3) 회사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사진이 있으면 꼭 보여달라고 하자. 밴이 생각보다 낡아보이는 것들이 있다.


4) 숙소의 경우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다데스나 메르주가에서는 비슷한 곳에 머물기 때문에 큰 차이점은 없다. 다데스에서 1박 할 때에는 방이 추울 수 있으니 개별 담요를 가져가기를 추천한다.(10월 투어기준) 침낭은.. 하루 자자고 침낭을 들고다니긴 애매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면 침낭도 좋다!


5) 사막 숙소에 화장실이 있는지는 꼭 물어봐야 한다. 어떤 경우, 화장실이 없어서 플래시를 들고 멀찍이 떨어져서 셀프로 해결 한다고.. 여자라면 대략 난감이 아닐 수 없다.


6) 가격이 싸다고 혹은 가격 잘 깎았다고 좋아하지는 말자. 흥정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비싼만큼 다른 점도 확실히 있다.(식당이나 숙소에서의 화장실 여부, 차량 시설 등)


7) 웬만하면 여행 전에 미리 검색하고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알아볼 만큼 알아본 후 현지에서 선택하는게 좋겠다. 거기 가서 알아보지 뭐~ 라고 안일하게 왔다가는 바가지를 쓰거나,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모로코는 정말 환상적인 여행지이지만 결코 만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




3. 사막투어 추천 회사


나는 여자 혼자 여행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조사를 했었다. 네이버, 구글에 모두 검색해봐도 마라케시 사막투어 이후에 페스로 차를 태워주는 곳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일정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사막투어를 알아보러 돌아다녔다.


다섯 군데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네 번째 투어회사에서 예약을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에서 페스까지 택시를 태워(택시를 알선해서 인원까지 모집해주는)주는 투어 회사를 찾았다!! 이미 다른 곳에서 투어 신청을 마치고 돈까지 내버린 상태라 땅을 치고 후회 했지만 네 번째 투어회사도 인원을 모아준다고 했었다. 굉장히 아쉬웠지만 사막투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아 이것저것 물었다.


마지막에 발견하게 된 사막투어 회사 정보는 아래와 같다.




● 투어 회사 이름: 사하라 익스페디션(분점)-본점 아님. 작은 사무실임.

● 투어 일정: 

- 마라케시에서 출발 > 15명 정도의 인원으로 사막투어 출발 > 다데스와 에잇 벤 하두 등 방문 지역은 모두 동일함 > 사막투어 이후 아침에 회사에서 알선한 택시에 태워줌 (인원을 채워야 본인들 손해가 안나기 때문에 이를 악 물고 동행을 찾아준다) => 1,100디르함 (2017.10 기준)

- 보통 사막투어의 가격은 700-800디르함 사이이고 페스까지 가는 택시는 1,200 디르함이므로 6명이 나눠 탄다면 총 경비(투어비+택시비)는 900-1,000디르함 정도이다. 택시 알선과 인원을 모아준다는 점, 그리고 인원이 모이지 않아도 나는 1,100디르함을 이미 냈고 추가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직접 동행을 구하러 다니면서 인원을 모으지 못할까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 투어 회사 위치: Bari's Pizza Marrakech 건물 2층

● 투어 회사 찾는 법:

- 자마엘프나 광장에서 쭉 직진하면 되는데, 방향이 애매하니 구글검색을 추천한다.

- 마라케시에는 Bari's Pizza가 두 군데나 있다. 맵 URL에 보이는 가게를 구글맵에 검색해서 찾아가면 된다. CAFE ROXE와 가까운 피자집이다.



만약 현지에서 여길 찾지 못했다면 두번째로 다른 회사를 추천한다.

이곳 사장님 말로는, 다른 투어 사무실은 대부분이 대리점 개념이라 예약만 진행하고 모이는 장소는 따로 있는데 여기는 이곳이 본점 개념이라고 하는 것! 무슨 장점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래서인지 절박함이 덜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점이 좋았다. 실제로 이곳에서 예약한 사막투어 프로그램은 꽤나 만족스러웠는데 직접 경험하고 생각한 장점과 찾아가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 투어 회사 이름: MIFTAH ABDELGHANI TOUR

● 투어 일정:

- 마라케시에서 출발 > 15명 정도의 인원으로 사막투어 출발 > 다데스와 에잇 벤 하두 등 방문 지역은 모두 동일함 > 전날 미리 요청시에 택시를 알선해줌. > 중간에 택시가 있는 곳에서 내려준 후 빠이빠이 => 700~800디르함


**좋았던 점!!

1. 메르주가 사막에서 머무르는 천막 텐트가 꽤 깨끗하고 따뜻하다. 모래가 가득하고 더럽다는 말에 따로 깔고 잘 담요도 가져갔는데, 이불도 두툼했고 매트리스도 깨끗했다. 게다가 이 날은 사막에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렸는데도 비 한 방울 새지 않고 뽀송뽀송하게 잠들 수 있었다.

2. 화장실이 따로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인데다가 물은 바가지로 내리는 식이지만, 그래도 변기는 갖춰져있다. 세면대도 있고 두툼한 천막으로 잘 가려져 있어 안심할 수 있다. 

3. 지원되는 저녁 메뉴가 맛있다. 커다란 타진을 조금씩 덜어서 함께 먹는 식인데, 푸짐하고 맛도 좋다.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먹자. 이런 곳에서 눈치 보다가는 배 못 채운다.

4. 알선해주는 택시는 일반 택시보다 크다. 스타렉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택시라 총 7명까지 탈 수도 있다. 페스까지 가는 일반 택시가 총 1,200디르함이라 1명당 200디르함을 내면 되는데, 여기서 구해주는 택시는 1인당 300디르함으로 가격이 조금 더 나간다. 좌석도 넓직하고 편안한데다가 페스까지 가는데 5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싸다는 생각은 못했다.

5. 운이 좋았던 점 중 하나인데, 페스로 갈 때 만난 택시 기사 아저씨가 너무 착했다. 점심 먹을 거냐고 물어볼 때에도, 운전 중에도 계속 웃으시고 라디오 볼륨 줄여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줄여줬다. 몇 시간 동안 운전만 하면서 지루해하실 법도 한데, 라디오를 줄여달라는 여행객들의 볼멘 소리에도 허허 웃기만 하셨다.

6. 투어 비용은 700~800디르함으로 낼 수 있다. 점심 비용만 내가 내면 된다. 중간중간 가이드들이 팁을 달라고 하는데, 주기 싫으면 안줘도 된다. 

7. 나의 경우 여자 혼자라서 페스로 같이 갈 동행을 구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걱정 말라며, 그런 마음 잘 안다고 택시를 꼭 구해주겠다고 했다. 투어회사 직원에게도 말하고, 투어버스 운전자에게도 틈 날 때마다 말했더니 3일 내내 다른 그룹에까지 가서 일본어까지 써가며 물어보며 동행을 찾아다녔던 내가 우스워질 정도로 정확히 5명의 인원을 구해주었다. 징징대길 잘 한 듯..




● 투어 회사 위치: CAFE ROXE(구글맵에 나옴) 건물 2층

● 투어 회사 찾는 법: 

- CAFE ROXE를 찾아간 후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뻥 뚫린 것 같은 공간이 나온다. 거기에서 정면을 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그곳으로 올라가자.

- CAFE ROXE 위치는 맵 URL을 참고하면 된다.

- 만약 찾지 못했다면 이름을 보여주며 해당 투어 회사를 찾는다고 근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보통 모로코에는 동행과 함께 와서 같이 여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처럼 혼자 가는 사람들이라면 먼 타지까지 가서 헤매지 않고 좋은 투어 회사를 찾아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1. 이쁜 아줌마되기 2017.12.08 14:47 신고

    사막투어라니 특이하고 신선하네요 ^^

    • HJinny 2017.12.08 16:17 신고

      네!! 정말로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ㅎㅎㅎ 많은 분들이 별을 보러 오시더라고요~!! 사막투어 꼭 추천드립니다bb

[모로코_마라케시] 생애 첫 마라케시(1일차)






마라케시로 이동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잠을 설쳤다. 평소에는 일어날 때마다 의미 없는 1분, 2분을 부여잡았는데 여행지에만 오면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게다가 오색찬란한 마라케시로 갈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호텔 알 왈리드에서 평범한 조식(그냥 빵에, 그냥 잼에, 달콤한 과일 정도?)을 먹고 가방을 들고 나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카사 보야져 역으로 갔다.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굉장히 더웠다. 해가 쨍쨍 아주 두피를 살균해주고 있었다.




어제 카사 보야져역에 내리자마자 미리 표를 사둬서 바로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시간은 충분했고 기차만 제시간에 오면 되는 거였다. 연착도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다행히 기차 탑승도 잘 했다. 기차가 칠도 벗겨지고 오래되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튼튼해보였다.




기차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칸막이가 있고 4~6명이 같이 앉는 구조였다. 표에 자리 번호가 적혀져 있었는데, 옆에 앉은 중국인 모녀가 내 자리인 가운데에 앉아주는 바람에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럭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공사장, 무너져가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들, 언제나처럼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기차 소리는 일정했고 사람들은 곧 잠이 들었다. 음악을 듣다가 어제 봤던 카사블랑카의 핫산 2세 모스크가 떠올라 펜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달리는 기차에서 그리느라 여기저기 삐죽삐죽 펜 선이 난리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림도 완성했다. 멀리서보면 괜찮아보이는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1등석 표를 구입했는데, 처음엔 시원한 듯 하다가 2시간 정도가 지나자 1등석칸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기차를 내리쬐는 태양 열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개도 더위에 지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옆 좌석칸의 꼬맹이가 놀러오지 않았다면 더위에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꼬맹이는 동양인이 신기한지 날 자주 보러 왔고, 눈이 마주칠때마다 도망을 갔다. 귀여워서 카메라를 들었더니 까르르 웃으면서 도망간다. 그러다가 몰래 다가와서 놀래키고 하길래, 카메라를 들고 술래잡기 게임도 했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도망가고, 카메라를 내리면 다가왔다. 안보는 척 하다가 사진을 찰칵! 찍으니 깔깔 웃으면서 도망갔다. 귀엽다.





꼬맹이랑 놀다가 물도 마시고, 미리 준비해온 달달한 간식도 먹고, 땀흘리며 낮잠까지 자고 나니 어느새 4시간이 지나있었다. 블로그에서 보던대로 마라케시 기차역은 정말 화려했다. 붉은빛의 기차역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었고, 그 창을 통해 햇살이 조심스레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예약한 리야드 숙소에서 사람이 나와 있기로 했는데, 기차역 입구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역 안으로 들어와보니, 누군가 리야드 이름이 적힌 작은 판넬을 들고 서 있었다. 통성명을 하고 자마 알프나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리야드 스텝이 숙소까지 날 픽업할거라고 했다. 자마 알프나 광장까지 오면서 바라본 마라케시의 첫 풍경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내가 상상하던 모로코의 모습이 완벽히 재현되고 있었다! 붉은 빛의 건물들과 역동적인 사람들,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모스크, 그리고 색색깔의 천막들까지! 뛰어노는 아이들의 표정도 좋았다. 모로칸들이 사진 찍히는 것만 싫어하지 않았어도 아마 사진은 2배로 많이 찍었을 것 같다.


운전기사가 잠시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금새 문이 열리고 리야드 스텝이 날 맞아주었다. 나중에야 친해지게 되면서 오해가 풀렸지만, 스텝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모로칸이라 썩 믿음이 가진 않았다. 내 짐을 들어준다고 했지만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어서 직접 들겠다고 했다.




한낮에 보는 마라케시의 제마 엘프나 광장은 생각보다 북적였다. 야시장이 들어서기 전 낮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 사람 구경이 최고의 볼거리였다. 뱀 쇼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화려한 복장의 물장수도 있었다. 그 외에 시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숙소에 가자마자 다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눈이 즐거웠다.




자마 알프나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마중나온 직원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들었다. 카페 드 프랑스를 뒤로 하고 보이는 앞 골목으로 들어와서 쭉 직진 하다가, Nomad라는 표지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꺾고, 쭉 가다가 오른쪽에 수퍼가 나오면 왼쪽으로 꺾은 후 다시 오른쪽으로 꺾으면 모스크가 나온다. 조금 더 앞으로 간 후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리야드 알 마무네'! 숙소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숙소 규칙 등 설명을 들었다.




쿠킹 클래스가 있다는 말에 얼른 신청해버렸다! 이런 현지 체험이 가장 좋다. 가이드가 필요했는데, 마침 길을 안내해준 직원이 굉장히 차분하게 잘 설명해줬다. 그래서 이 사람이 가이드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머뭇머뭇 했다. 가능하다는 말에 약속 시간을 정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자신은 전문 가이드는 아니고 숙소에서 일하는 직원일 뿐이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투어를 해주겠다고 했다. 순간 내가 너무 무례했었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굉장히 고맙기도 했다. 소문으로 듣던 악명높은 가이드(팁을 달라고 우기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곳을 자꾸만 들르는)와는 달리 이런 사람은 피할 것, 저런 것은 사지 말 것 등을 솔직히 말해줘서 좋았는데 전문 가이드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솔직했었나.




어디를 먼저 가보고 싶냐고 묻기에 우선 사막투어를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본격적인 여행 첫 날이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고 싶었다. 마라케시에 머무는 3~4일동안 마음을 편안히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마라케시로 돌아오지 않고 페스로 가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는 것"이 아닌 "직접 택시를 공수해 와서 페스로 가도록 차까지 태워주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제마 엘프나 광장에서 조금 내려오다보면, 사하라 사막 투어 회사가 모두 몰려있어 호객꾼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어느 회사를 가봐야 할 지 헤맬 필요가 없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걷기만 해도 "사하라?"라고 물어보며 다가온다. 그럼 내가 원하는 투어가 있는지 물어보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사하라 익스페디션은 콧대가 높아서인지 페스로 가는 택시는 니가 알아서 타라는 말을 하곤 고고하게 다리를 꼬았다. 나 아니어도 갈 사람 많다는 것인데, 나도 너 아니고 알아볼 회사가 줄을 서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오케이 바이!를 외치고 돌아서서 다른 투어 회사로 들어갔다. 호객꾼을 따라다니며 3곳 정도를 알아보는데, 모두 마라케시로 돌아오는 것 밖엔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마지막 투어 회사를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MIFTAH ABDELGHANI TOUR"라는 회사였다. 당연히 구글맵에는 나오지 않았고, CAFE ROXE가 있는 건물의 2층이다. 이곳에서도 투어 상품에 대해 물어보며 페스로 가는 일정은 없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이 말하길, 대부분의 회사에서 페스로 가는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지 택시를 공수해오진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하는 만큼, 분명히 페스로 갈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들과 함께 택시를 타라는 것이었다. 무책임하게 택시 승강장에 내려주는 것이 끝이 아닌 택시까지 태워주는걸 찾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럼 자기들이 택시까지 구해줄테니 돈을 더 달라고 했다. 흠, 좀 더 알아보면 이런 회사가 많을 것 같았다. 고맙다고 말하고 좀 더 둘러보겠다고 했다.




첫 날 사막투어는 이 정도로 알아보고, 오늘 만나기로 했던 한국인 분과 만나 크래프트샵으로 갔다. 샵 앞에서 나와 동행해줬던 리야드 스태프는 인사를 하곤 집으로 갔다. 여자 둘이 남아 샵을 둘러보며 구경을 했다.




모로코는 아무래도 페스의 테너리 덕분에 '가죽 제품'을 컨셉으로 잡은 듯, 온통 가죽제품 투성이였다. 여기서 동행한 분과 세트로 노란색 가죽 지갑을 구매했다. 할머니의 포스에 눌려 대차게 흥정하지 못하고 겨우 10 디르함 깎아서 40디르함에 구입했다. 그래도 좋은 가격 같다고 둘이 낄낄 웃었다.




가방에 여유도 있고, 여행 일정도 짧았다면 이 예쁜 그릇도 하나 집어들었을 것 같다. 하나하나 장식이 모두 달라서 정말 아름다웠다. 아무리 아프리카 날씨가 그늘에만 있으면 괜찮다지만, 한여름 같은 더위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이곳에서 처음으로 포피 주스를 마셨다. 짱맛굉맛!! 당 충전을 좀 하고 나서는 수크 쇼핑을 결심했다.




사막투어 때 입을 젤라바 쇼핑이 목적이었다. 시장에 의류 거리가 있어서 한참을 둘러봤는데, 맘에 들면 가격을 내려주지 않았고 마음에 안드는데 가격을 싸게 부르는 곳도 많았다. 




이런 젤라바들은 보통 특별한 날에 입는 것으로 굉장히 화려하다. 숙소 직원과 얘기하며 알게된 것인데, 허리에 띠가 있으면 카프탄, 허리띠 없이 통으로 되고 뒤에 모자가 있는 것이 젤라바라고 했다. 젊은 여자들은 보통 젤라바를 입고 카프탄은 좀 더 나이 든 사람이 입는다고 했다. 




젤라바를 둘러보는 와중에 발견한 가게에서는 직접 입어보라고 했다. 어차피 맘에 들지 않거나 비쌀텐데 뭐하러 입어보나 하고 마음이 지쳐있었는데, 직접 입어본 순간 굉장히 맘에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문제는 가격.. 아저씨가 500디르함이나 부르는 것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380디르함까지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비쌌다. 나가려는데 잡지도 않는 아저씨! 정말 감사하게도 같이 동행하던 분이 중재를 해줘서 300까지 겨우 깎았고, 내 키에 맞게 수선까지 해서 350을 줬다. 혼자였다면 깎지도 못하고 그냥 나갔을 것 같다. T.T 그냥 얇은 일반 젤라바의 경우 70~100디르함이면 샀겠지만, 이 젤라바는 자수가 장식되어 있는, 현지인들도 특별한 날에 입는다는 예쁜 젤라바여서 가격이 나갔던 것!




구입 기념으로 젤라바를 입고 주인 아저씨와 그 아들과 사진도 찍고, 겨우 수크를 빠져나왔다. 벌써 시간이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3시에 만났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빠르게 가다니.. 역시 쇼핑은 킬링타임에 최적격.





다른 한국분 한 명을 더 만나서 제마 엘프나 광장의 밤 풍경을 감상했다. Grand Balcon CAFE GLACIER의 옥상에서 보는 뷰가 가장 환상적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입장료겸 해서 음료 값이 거의 다른 곳에 3~4배 였음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입장! 물 하나를 15디르함 내고 올라와서 실컷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 있었다. 식당이 커서 망정이지 작았으면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었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자마엘프나의 모습은 정말이지 황홀할만큼 아름다웠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던 모습이 내 눈앞에 있었고 그곳의 냄새, 분위기, 소리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노점에서는 커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어댔다. 우리나라 명동이나 다른 관광지도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보일까? 모두가 행복해보이고 즐거워보였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한참 시간을 보내고나서야 배가 고파진 우리 3명은 본격적으로 야시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호객꾼이 다가와 우리를 스카웃(?)해갔다. 갈 곳 없으면 이리로 오라고ㅋㅋ






어차피 그 가게가 다 그 가게인지라 흔쾌히 따라갔다. 메뉴를 보니 일반 음식점보다는 물가가 조금 비쌌다. 그래도 야시장 분위기를 느낄겸 서슴없이 메뉴를 골랐다. 쿠스쿠스와 모로칸 샐러드, 케밥이었는데 양이 꽤 적었지만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손님이 몰려오면 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로 환영해주었고, 모두가 행복해보이는 이곳의 아우라가 낯설면서도 즐거웠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던 우리들은 자마 알프나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음식점 구경에 나섰다. 돌아보고 나니 알게 된 것인데, 모든 가게가 대부분 비슷한 메뉴(케밥, 쿠스쿠스, 타진, 샐러드 등)를 팔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콜라 낚시를 하고 있었다! 현지인, 외국인 상관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낚싯대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재밌었다.




구석으로 가면 다양한 소품과 아르간 오일 등을 볼 수 있었고, 예쁜 등도 있었다. 터키에서 봤음직한 등이었는데, 자세히 보고 싶어 다가갔더니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 백투 차이나!"라는 막말을 했다. 중국인들이 사진을 찍어가다보니 동양인만 보면 화가 났나본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니?"라며 맞받아쳐줬다. 물론 영어로. 이런건 알아듣게 얘기해줘야한다. 무례하고 못배워먹은 사람 같으니라고. 





어쨌든 우리 세 명은 오렌지 주스와 믹스주스를 함께 마시며 마라케시의 밤을 보냈고, 내일 각자의 일정을 위해 뿔뿔히 흩어졌다. 나도 어두워진 마라케시 골목을 걸으며 리야드로 돌아왔고, 스태프가 내주는 민트티를 마시며 여독을 풀었다. 내일은 미리 신청했던 쿠킹클래스를, 그리고 사막투어 확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 yelena 2017.12.08 15:43 신고

    제마엘프나.... 는 바라만 봐도 넘 행복하네요...
    글이 넘 재미져요.. 앞으로도 기대만땅~~~~ ^^

    • HJinny 2017.12.08 16:09 신고

      감사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ㅋ 마라케시 나머지 일정도 얼른 업데이트 할게요, 자주 놀러와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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